주택 공급 '확대 vs 축소'..국토부의 딜레마

김민기 입력 2016. 9.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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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정부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으나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핵심이 빠진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국토교통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는 선에서 시장 과열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 없이는 공급 과잉 이슈와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수 없는 게 현 상황이라 내심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6만 5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보다 18.4% 증가한 35만 500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 물량이 쏟아졌지만 올해 7월까지 신규 분양은 3.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김 차관은 "지난해 공급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부 지역의 공급 과잉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미분양이 큰 지역에서 추가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전했다.

◇공급 줄이겠다지만 효과는 '미지수'

이처럼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건설사들은 2018년까지 분양할 택지를 확보해놓은 상태라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택지 분양은 보통 1~2년 정도 걸리고 건설사가 토지 매입 후 분양까지 2~3년 걸려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하다.

실제 9월 수도권 분양물량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3만2042가구로, 전월 대비 무려 33% 증가한 수치다. 10월 이후 분양 물량도 전년 대비 적지 않은 19만 가구가 대기 중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건설사들은 규제가 강해지기 전에 단기간에 분양 물량을 쏟아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분양가 논란을 막기 위해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를 규제했지만 오히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몰려 청약경쟁률 100대 1이 나왔다"면서 "이번 대책 역시 공급 물량을 줄인다는 시그널로 인해 건설사도 단기간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정부가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동탄2신도시 등의 분양 시장이 급격히 위축했지만 올해 3~4월 들어 다시 살아났다"면서 "이번 대책 역시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곧 예전 시장 분위기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부진 '건설사' 위해 분양 시장 '활로' 열어줘

이처럼 정부가 분양 시장을 직접 조일 수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 자격 1순위 조건 변경, DTI·LTV 강화 등을 내놓지 않은 것은 건설사들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건설사들이 의지할 곳은 국내 주택 시장 밖에 없다. 해외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7.5% 격감한 정도로 위축돼 있고,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마저 1조9000억원(8.2%)이나 역대 최고로 감액됐다.

대형 건설사들이 과거 저가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낼 수 있는 것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내 주택 시장의 활기 덕이다.

이렇다 보니 가계부채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달리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시장 규제에 좀 더 복잡하고 보수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분양 시장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분양 시장마저 위축되면 건설업계가 급격히 어려워질 수 있었는데 다행히 정부의 규제가 약해 좀 안심이다"고 전했다.

◇공급 과잉 부작용 막기 위해 미분양 우려 지역 관리 '필요'

문제는 국토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는 데 자칫 늦게 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나타났던 심각한 미입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분양가 수준이 적정한 편이고 저금리 기조를 고려할 때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분양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일부 지역에서 공급 과잉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잖다.

이와 더불어 연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서 국내 금리도 동반 인상되면 이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커져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차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우려 지역 23곳을 관리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다"며 "이미 사업이 진행하는 사업장은 자체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등 시그널 효과도 어느 정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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