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의 삭발, 무언의 메시지

장강훈 2016. 9. 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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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이 3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IA와 SK의 경기에 앞서 모자를 벗고 삭발한 머리를 드러내며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김기태 감독이 삭발을 단행했다. 짧게 이발한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머리를 밀었다. 지난달 30일 광주 SK전을 앞두고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 감독은 “덥네요. 더워”라며 입으로만 웃었다.김 감독은 왜 삭발이라는 강수를 뒀을까.

복잡한 심경을 다스릴 때 김 감독은 짧게 이발한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KIA 관계자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겠는가. 아마도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신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마무리 중책을 맡아 뒷문을 지키던 임창용이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경기 출장정지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 제재를 부과 받았다. 2루 주자에게 위험한 ‘견제구’를 던졌다는 이유였는데 징계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KBO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나간 일이니 재론하지 말자”며 말을 아꼈다.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김 감독의 성격을 떠올리면 ‘마무리 투수가 받은 징계를 나눠 지겠다’는 의미를 담은 삭발로 보인다.

팀 사정도 영향을 끼쳤다. 치열한 4위 싸움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9월부터는 ‘하루살이 모드’다. ‘도장깨기’를 한다는 심정으로 매일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시기다.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할 때즈음이면 어느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 때까지는 불안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좋은 방향으로 팀이 나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시기에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결승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삭발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깨통증에도 불구하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합류한 윤석민에 대한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담겨있다. 김 감독은 “선수 마음을 모르지 않아 (등판의지를 보이는 것을) 말릴 수도 없다.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미안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말그대로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결의의 표현인 셈이다.

따지고보면 김 감독의 삭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 수석코치 시절인 2011년 8월에 한 번 삭발을 결행했다. 당시에는 박종훈 감독(현 NC 고양 본부장)이 팬들에게 이른바 청문회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8월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LG가 패하며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팬들이 대구로 이동하려는 선수단 버스를 에워쌌다. 박 본부장을 보좌해 수석코치였던 김 감독이 함께 팬들 앞에 섰는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물병들이 마구잡이로 날아들었다. 김 감독은 대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발소를 찾아 삭발로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당시 김 감독은 “부끄러워서 그랬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는 의미로 삭발했다”고 말했다. 특유의 유쾌한 표정으로 “별 효과는 없더라”며 껄껄 웃었지만 선수단에 끼친 파급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에도 김 감독의 삭발이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무거운 감독실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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