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선일보와 싸움' 일단 승기.. 禹 수사결과 따라 역풍 불수도

최문선 입력 2016. 9. 1. 04:42 수정 2016. 9.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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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을 겨냥한 초호화 유럽 외유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 폭로는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표적 삼아 정권을 흔들고 있다고 보고, 청와대가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특정 언론과 싸우는 것도, 밀월 관계로 여겨진 보수 정권과 보수 신문이 맞붙은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이번 싸움으로 살아 있는 권력임을 입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 남은 시점에 ‘레임덕(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이라는 말 자체가 자취를 감추었다. 여권 인사는 31일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을 거느린 청와대의 위력을 확인한 공직 사회와 정치권이 포복한 것은 물론이고, 언론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며 “‘나를 흔드는 세력은 봐 주지 않겠다, 성역도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검찰은 구속된 박수환(58ㆍ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거래한 업체들을 이날 압수수색하며 그의 주변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가 송 전 주필뿐 아니라 정ㆍ관ㆍ언론계의 고위 인사들을 치밀하게 ‘관리’한 정황이 있는 만큼,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또 다른 ‘사정 실탄’을 확보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청와대의 정국 장악력이 한 동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실 통폐합 조치 등을 시행하며 임기 말에 벌인 언론과의 전쟁은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사실상 모든 언론을 적으로 만들면서 패배로 끝났다. 청와대가 이번 싸움에서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 규정하고 공격의 초점을 도덕성에 맞춘 것은 조선일보를 고립시키고 언론 탄압 프레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청와대에선 또 “언론의 정치 개입과 언론권력 전횡 시도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확고하며, 국회의원 시절부터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청와대의 전투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여권에는 “청와대가 송 전 주필이 회사를 나간 수준에서 이번 싸움을 정리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일단 승기를 잡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 수석을 지키기에 ‘올인(다 걸기)’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우병우 리스크가 과도하게 커진 탓이다. 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 부당 매매ㆍ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ㆍ가족회사 자금 횡령 등 그간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청와대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이 정권을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로 무고한 우 수석을 공격했다’는 논리 자체가 무너지면서 수세에 몰리게 된다. 우 수석이 결백하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봐 주기 편파 수사’라는 논란이 일면서 만만치 않은 역풍을 맞을 것이다.

“청와대가 못마땅한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친박계 여당 의원과 익명의 관계자 등을 앞세워 폭로 정치에 앞장섰다”는 오명을 쓰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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