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프다" 생각하면 진통제 분비.. 먼 미래 일 아니래요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순간 뇌로 진통제가 분비된다. 몸속을 누비고 다니던 나노로봇이 내 맘을 알고 약을 방출한 것이다. 영화 같은 일이 머지않아 현실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바르 일란대와 융합과학연구센터 공동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사람의 뇌파(腦波) 신호에 따라 바퀴벌레의 몸속에서 약물을 방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를 이어 붙여 조가비 모양의 나노로봇을 만들었다. 나노로봇의 크기는 수십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나노로봇의 안쪽에 약물을 넣고 입구를 산화철 입자로 막았다. 전자석이 작동하면 산화철 입자가 움직여 나노로봇 안쪽의 약물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연구진은 나노로봇을 사람을 대신한 바퀴벌레 몸속에 주입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뇌파를 측정하는 두건을 쓰고 가만히 있거나 암산(暗算)을 했다. 컴퓨터는 암산을 할 때 나오는 특정한 형태의 뇌파를 감지해 바퀴벌레 주변에 설치한 전자석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바퀴벌레 몸속의 나노로봇에서 약물이 흘러나왔다. 암산을 멈추면 뇌파가 달라져 전자석도 멈췄다. 약물 방출도 그쳤다. 생각대로 바퀴벌레 몸속의 나노로봇을 조종한 것이다. 조현병이나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뒤에 약을 복용하면 늦다. 만약 나노로봇을 뇌에 주입해두고 질병 증세가 나타날 때 나오는 뇌파를 신호 삼아 약물을 방출하게 하면 병세가 악화될 때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상용화를 위해 장비의 소형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사람들 눈에 띄는 두건형 뇌파 감지장치 대신 보청기 형태의 소형 휴대용 장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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