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결국 후견인 지정..신동빈 '경영권 분쟁' 유리한 고지

이성희·박용하 기자 2016. 8. 3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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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법원, 사단법인 ‘선’·이태운 전 고법원장 한정후견 개시 결정
ㆍ후견인 거부하던 신동주 SDJ회장 측 즉시항고 의사 밝혀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사진)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후견인에는 제3자인 사단법인 ‘선’과 이태운 전 고법원장을 선정했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2·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분쟁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치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어서 아버지의 뜻을 내세우던 신동주 회장은 명분을 잃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31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을 심리한 결과, 한정후견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은 당사자의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 후견인이 한정된 부분에서 법률적 대리 등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결정이다. 사무처리 능력이 대부분 결여돼 있어 후견인의 전반적인 조력을 받아야 할 경우에는 ‘성년후견’ 결정을 내린다.

법원은 현재 신 총괄회장이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치매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으며, 최근 열린 법원 심문기일에서 기억력과 시간·장소 인지력 등에서 문제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이태운 전 고법원장이 있는 전문 후견법인 ‘선’을 선임했다. 법원은 친족이 아닌 제3자를 선임한 배경에 대해 “신 총괄회장의 자녀들 사이에 재산 관리와 경영권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중 한쪽에 후견 업무를 맡긴다면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후견 개시 결정 직후 “이번 결정으로 총괄회장이 적절한 의학적 가료와 법의 보호를 받게 돼 건강과 명예가 지켜질 수 있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그릇되게 이용된 부분들은, 상법적 혼란을 초래해왔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바로잡아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10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워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대표와 최대주주(50%+1주) 자리를 꿰찼다. 대신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등기이사에서 해임됐다. 롯데그룹이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미 신동빈 회장은 당시 광윤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올해 초 일본 법원에 제기했다. 정신건강 논란이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서면으로만 제출된 것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일본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후견 개시 사실을 반영할 경우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에서의 모든 지위를 잃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신동주 회장 측이 맡고 있는 신 총괄회장 신변이나 그의 집무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리 권한도 후견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동주 회장은 즉시항고 의사를 밝혔다. SDJ코퍼레이션도 이날 자료를 내 “본인(신 총괄회장)이 시종 일관되게 성년후견에 대해 강력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해왔고 각종 병원 진료기록 등 의사 및 전문가들의 검증자료에서도 판단 능력의 제약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자료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성희·박용하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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