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싱겁고 밍밍한 '한국 맥주'..규제 때문에?

오대영 2016. 8. 3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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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맥주는 싱겁고 밍밍하다, 그래서 소주를 타먹는다, 심지어 한국맥주는 '토닉워터'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맥주 제조사가 이렇게 이런 잔을 만드는가 하면, 이런 합성어도 나왔습니다. 어제(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맥주의 경쟁력을 높이자며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규제가 심해서 맥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건데요, 다른 이유는 없는지, 팩트체크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맥주시장은 국내업체가 석권한 상황이죠.

[기자]

네, 국내 점유율이 90% 이상 되는데 한 번 보시죠. 91.5%입니다.

하이트진로, OB, 롯데칠성음료가 메이저 3사고요, 나머지 수입 맥주 및 기타 8%인데 한국 업체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국민들이 한국 맥주를 압도적으로 선택하면서도 '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군요.

[기자]

어제 공정위원회 공청회의 결론이 뭐냐면 그동안 너무 일률적인 맛이 밍밍한 맥주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규제가 심해 다양한 업체가 들어오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장 구조에 맞춘 어제의 결론과 달리 저희는 다른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우선 맥주가 뭔지부터 보죠. 맥주의 나라, 독일은 법으로 < 맥아 + 물 + 홉 + 효모 >로 발효한 물질로 규정합니다.

우리나라도 '주세법'에서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보면 맥주는 보리로 만든다고 해서 맥주니까 독일이나 우리나 다를 일이 없는 것 같은데요?

[기자]

그런데, 우리법엔 또 다른 개념의 맥주도 있습니다.

맥아 옆에 아주 많은 혼합물 <맥아 + (옥수수+쌀+전분+감자+…..+캐러멜)> 이 있지 않습니까? 저렇게 혼합물을 넣어도 맥주가 됩니다.

[앵커]

맥주에 감자와 캐러멜도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다가 또 하나 있습니다. '탄산가스'를 1번 또는 2번에 같이 함유해도 맥주가 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맥주가 3가지입니다. 그런데 맥주의 맛은 '맥아'와 다른 혼합물을 얼마나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좌우되는데, 현재 우리는 맥아를 10%만 쓰고 나머지는 혼합물로 채워도 문제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요, 법이 그렇습니다.

반면 일본은 66.7%를 넣어야 하고, 독일은 100% 맥아를 써야만 맥주입니다.

[앵커]

나라마다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건데,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 비해서도 현저히 적은 수준인 것 같은데요. 왜 이렇게 우리만 적은 겁니까?

[기자]

우리의 맥주 제조 기술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 때까지 갑니다.

한국 최초의 맥주 공장은 1933년 일제가 세운 영등포의 '조선맥주'와 '쇼와기린맥주'입니다. 지금의 하이트와 OB의 전신입니다.

당시 이 공장들은 일본 규정에 따라 맥아를 66.7%, 다시 말해 2/3를 의무적으로 넣었다고 전해집니다.

광복 이후인 1948년 주세법에서는 비율이 50%로 줄어든 것으로 저희가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엔 10%로 급감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취재를 열심히 했는데 정확하게 파악을 못했습니다.

[앵커]

결국 한국 맥주가 싱거운 이유가 맥아 비율을 법에서 계속 낮추었기 때문이라는 거군요?

[기자]

극단적으로 말하면 10%만 맥아를 넣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맥주가 되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맥주를 들고 가면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맥주가 아닌 게 됩니다.

그런데 업계에선 최소 70%를 함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문제는 맥주의 함유량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맥주의 성분은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맥주 뒷면을 보면 여러분도 확인하실 수 있는데 함량, 그러니까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에 대한 퍼센티지는 쓰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를 보면 수입산이라고 해서 94%, 저건 원산지 표시고요. 나머지 맥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표시를 안해도 무방한 것이고, 마지막에는 저희가 어렵사리 구한 자료에 따르면 80% 이상 넣었다고 함량을 표시한 곳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는 거군요. 요즘에는 제품 종류가 늘어 '올 몰트 맥주'라는 맥아 100% 맥주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보편적인 라거 방식의 맥주는 70%를 넣는다고 업계에서는 저희들한테 오늘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를 봐야 하는데, '맥아 100%'라 치더라도 꼭 풍미가 진하다는 얘기는 아닌 겁니다.

이렇게 예를 들어보죠. 한쪽 커피잔에 커피분말을 1스푼 넣고, 다른 잔에 분말 2스푼을 넣습니다. 다른 첨가물은 없고, 동일한 양의 물을 넣습니다.

어느 쪽이 진한 맛을 낼까요?

[앵커]

당연히 두번째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맥주도 마찬가지로 봐야 하는데, 100% 원두커피는 둘 다 100%지만 들어가는 양의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맥아도 마찬가지로 100%이더라도 그러니까 순도가 100%더라도 그 맥아의 절대량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 달라집니다.

그래서 진한 맛을 내는 맥주는 맥아가 많이 또 옅은 맛이 나는 맥주는 맥아가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고요. 제조사들은 투입량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다, 이렇게 저희한테 답했습니다.

[앵커]

그 영업비밀이라고 하는 투입량이 결국에는 맛의 차이를 좌우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죠, 맥아의 비율 그리고 절대량이 좌우를 하는데 여기에 탄산수를 언제 투입하느냐, 또 얼마나 넣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고요.

한국 맥주는 보통 탄산가스가 많이 들어간다, 물 많이 탄다, 이렇게 얘기 하지 않습니까?

맛이라는 게 매우 상대적이고 또 진한 걸 좋아하는 분도 있고 청량감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 문제는 이 맥아를 무작정 늘리자 이 얘기가 아니고요.

그동안 왜 우리는 다양한 맥주를 맛보지 못했느냐라는 건데 공정위는 어제 규제를 근본원인으로 말하고 있는데 법에 미비점이 혹시 있지 않은지 또 역사적인 잔재가 있지 않은지 이걸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라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예전에 한 외국 기자가 대동강맥주가 더 맛있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더 맛있는 건가요, 어떤가요?

[기자]

대동강맥주는 좀 제조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맛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맛있다, 없다 이것도 각자가 느끼는 게 다를 텐데… 좋아하시나 봅니다.

[앵커]

아니요, 저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요.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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