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사태.. 대주주 책임 '0', 채권단·투자자 손실 막대

2016. 8. 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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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6600억 등 혈세 1조 날아갈 판/최은영 회장은 되레 계열사 등 챙겨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채권단과 보증기관, 회사채 및 주식 투자자, 협력업체들은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에 반해 한진해운의 부실 경영을 불러온 전 대주주인 최은영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자구안 마련 등에서 아무런 책임을 이행한 적이 없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최대 6600억원,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43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국책은행인 산은은 한진해운에 일반대출 3400억원과 대출보증 300억원을 해줬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사모 회사채 2400억원어치와 공모 회사채 500억원어치도 보유하고 있다. 신보도 한진해운을 돕고자 이 회사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과 관련해 4306억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섰다. 법원이 한진해운 청산을 결정하면 산은은 원금 상당수를 떼이게 되고 신보도 꼼짝없이 보증을 선 만큼 출혈이 불가피하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의 손실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최대 1조원의 혈세가 날아가는 셈이 된다.

한진해운 투자자도 최악의 경우 원금을 죄다 까먹을 수 있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조1891억원이다. 이 중 개인 투자자들이 645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한진해운의 채권 가격은 2700~2900원대로 액면가(1만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사는 한진해운 무보증 채권의 신용등급을 채무불이행 상태(디폴트)인 ‘D’로 강등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상장채권 4종, 4260억원어치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 상실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의 만기 전 회수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주식 투자자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매매 정지 전 이미 한진해운 주가는 연초 대비 65%나 떨어졌다. 추후 법원이 청산을 결정해 상장 폐지라도 된다면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 소액주주는 전체 주식의 41.4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과 선박용품 공급업 등을 하는 한진해운 협력업체도 상거래 채권 637억원 중 90% 이상 떼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2014년 4월 경영 위기에 봉착한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떠넘긴 최 전 회장은 이때까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본 일이 없다. 오히려 경영권을 넘기면서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 한진해운을 상대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알짜 계열사를 챙겼고, 퇴직금으로 52억원까지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자녀와 함께 잔여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 10억원가량의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황계식·이진경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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