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세금 폭탄'이 터뜨린 미·EU 경제갈등

이윤정 기자 2016. 8. 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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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정치권 반발 ‘보복조치’ 거론
ㆍ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배상에 EU가 미국에 ‘앙갚음’ 시각도
ㆍ자유무역협정 ‘TTIP’ 협상 난항

애플 세금 추징으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신경전이 경제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30일(현지시간) EU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상징인 애플에 130억유로(약 16조원)에 달하는 세금 납부 결정을 내리자 미국 재무부는 “불공정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EU 개별 회원국의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유럽 투자를 위태롭게 만들고 미국과 EU 간 경제 파트너십에 중대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미국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오는 11월 상원의장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EU 집행위원회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천박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에 보복조치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슈머 상원의원은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세제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 영업하는 유럽 기업들에 이중 과세를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미 환경청(EPA)은 독일 대표기업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을 고발했고, 지난 6월 폭스바겐은 미 당국과 사상 최대인 147억달러(약 17조원) 배상에 합의했다. EU의 애플 세금 추징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폭스바겐 배상금을 거론하며 “미국과 EU가 상대방 기업에 벌금을 매겨 앙갚음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BBC는 애플 사건이 세금 논쟁을 넘어서 다국적기업과 EU 중 누가 세계를 움직이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애플 유럽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를 비롯해 EU 회원국들은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려고 세금을 줄이거나 없애주며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EU는 세금 회피에 바탕을 둔 불공정 경쟁이라 보고 몇 년간 이를 막으려 애써왔다. 현재 구글, 맥도널드, 아마존 등을 조사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다. 세금 회피 조사가 미국과 EU의 힘겨루기로 가게 된 것이다.

미·EU 간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둘러싸고도 양측에서 불만이 나온다. 미국과 EU의 지난해 교역량은 1조1000억달러에 이르며, TTIP가 체결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양측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타결하고 싶어하지만 유럽 내부에서 회의론이 끊이지 않는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과 문화콘텐츠 상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EU의 입장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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