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토지보상금, 여자인 나도 받을 수 있나?

조혜정 변호사 입력 2016. 8. 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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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사진제공=뉴스1

Q) 종중 땅 보상금을 여자인 저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 종중재산이었던 땅이 얼마 전 국가에 수용이 됐는데 보상금을 남자들한테만 나눠준다고 하네요. 여자들한테도 나눠달라고 했더니 "출가외인인 여자가 종중재산을 왜 받겠다는 거냐" "남자들한테만 분배하기로 이미 총회결의를 했다"며 여자들한테는 못 준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총회결의한다는 통지도 없었는데 말이죠.

남녀가 평등한 시대에 여자라고 종중 재산을 안 준다는 건 너무 고리타분할 생각이 아닌가 싶은데요. 정말 종중 말대로 여자후손들한테는 종중 땅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없는 건가요? 저는 꼭 받고 싶은데 종중 땅 보상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A) 남녀가 평등한 이 시대에 여자라고 종중 재산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말씀하신 대로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네요. 2005년 대법원이 여자도 종중원이라고 인정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군요. 역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가만 있다고 주는 세상은 아닌가 봅니다.

종중 토지보상금을 받으려면 먼저 여자도 종중의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요. 사실 2005년 대법원에서 여자도 종중구성원이라는 판결을 하기 전까지는 성인남자만 종중원이라고 봤고, 판결에서도 이런 시각이 쭉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2005년 7월21일 대법원에서 마침내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려 여성의 종중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줬습니다. 당시 '딸들의 반란'이라고 불리면서 큰 관심을 모았던 판결이지요.

그래서 이 판결선고일 이후에는 여성도 종중원으로서 종중총회에 참석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여성종중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열린 종중총회는 효력이 없답니다. 그러니까 남자들끼리만 모여서 남자들만 토지보상금 나눈다고 결의를 해봤자 그 결의는 법적인 효력이 없으니까 여자 후손들은 그 결의를 인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혹 여자들은 종중원 자격이 없다거나 여자들에게는 종중재산 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종중규약을 만들거나, 총회결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규약과 총회결의들도 역시 무효랍니다. 남자들한테는 많이 주고 여자들한테는 적게 준다는 총회결의가 무효라는 판결도 있고요. 여자들에게 종중재산을 안 주겠다고 여러 꼼수를 부려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입장이예요.

결론적으로 선생님을 포함한 여자후손들도 종중 토지수용보상금을 나눠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약간 복잡하다는 거지요. 종중에서 그냥 여자들에게 주겠다고 알아서 입장을 바꿔주면 간단한데, 기득권자들이 자기 권리를 그리 쉽게 포기를 안 하거든요. 그러면 남자들한테만 종중토지보상금을 준다는 기존의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해서 판결을 받은 후 종중토지보상금을 분배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종중총회를 열어서 여자들도 분배받는다는 결의를 다시 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드는 건 사실이예요.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거저 되지는 않는답니다. 그래도 시작만 하면 받을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마시고 자기 권리를 찾아보세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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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gr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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