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뚝 떨어진 기온에 강풍까지..폭염이 남긴 후유증

공항진 기자 2016. 8. 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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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깊으면 골도 깊습니다. 폭염이 끝났다고 좋아했더니 이번에는 크게 떨어진 기온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더워도 너무 덥다고 한 지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이제는 시원해도 너무 시원할 지경이니 참 올 여름 날씨 해도 너무 합니다.
 
너무 성급하기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춥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기온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습니다. 오늘(31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16.1℃로 일주일 전인 24일의 26.4℃보다 10.3℃ 낮아졌습니다. 이 정도 기온은 보통 9월 하순에 나타나는 기온입니다.
 
중부와 남부 산간의 기온은 더 내려갔는데요, 강원 산간의 기온은 대부분 10℃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문제는 기온 뿐 아니라 바람도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산간의 체감 온도는 0℃ 안팎을 기록했습니다.
 
오후에도 사정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온이 거의 오르지 못하겠는데요, 서울의 최고기온은 19℃로 예보됐습니다. 최고기온만 놓고 보면 10월 중순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계절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한 여름에서 가을의 한 가운데까지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바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새벽에 잦아들었던 바람이 아침부터 점차 강해지더니 지금은 일부 해안의 바람이 초속 20m를 넘고 있습니다. 바람에 약한 시설물을 날려버릴 정도의 강풍입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는 강풍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높은 파도도 문제입니다. 동해안에는 강풍으로 인한 해일이 밀려와 방파제를 넘으면서 일부 해안도로가 유실됐고 해안도로 곳곳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실제 해안에서 느끼는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원 동해안과 울릉도 독도에는 폭풍해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날씨가 왜 이렇게 급격하게 바뀐 것일까요?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일단 강풍과 높은 파도의 원인으로는 오늘 새벽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된 10호 태풍 ‘라이언록’을 들 수 있습니다. 10호 태풍이 일본을 강타한 뒤 블라디보스토크 부근으로 북상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기압경도력이 커졌고 이 때문에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도 한번 전해드린 적이 있지만 10호 태풍 ‘라이언록’은 정말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변칙 태풍입니다. 일반적인 태풍이 가는 길을 마다하고 시종일관 자신만의 길은 가다가 오늘 새벽 3시쯤 발생한 지 11일 만에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감했지만, 울릉도에는 호우피해를 동해안에는 해일 피해를 남겼습니다.

10호 태풍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중국 북쪽에서 밀려온 찬 공기의 영향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찬 공기가 영향을 주고 있는데 비까지 내리니 공기가 더 차가워질 밖에요, 하지만 이 공기의 영향력은 오늘까지입니다. 남부지방의 경우는 오늘 낮 기온이 27℃ 수준까지 오르면서 예년 이맘때의 기온을 회복하겠고, 서울 등 수도권의 기온도 내일은 28℃ 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폭염 끝에 찾아온 강풍과 낮은 기온, 여기에서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느닷없는 변칙태풍과 갑자기 밀려온 찬 공기 모두 폭염이 남긴 부작용을 경고하는 당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입니다.
 
더운 공기가 너무 오래 한반도에 머물면서 한반도의 기후환경이 지칠 대로 지쳤는데, 정상을 회복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자연 스스로 회복의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단하니 한편으로 씁쓸하기 만 합니다.

자신의 힘만 너무 과신하고, 물러날 때를 모르고 주변을 힘들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경고하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자연의 섭리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공항진 기자zer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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