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축구수첩]석현준 제외+20명 엔트리, 슈틸리케 감독 혜안이길

김현기 2016. 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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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을 앞두고 소집된 슈틸리케호 선수들이 30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파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공격수 석현준은 30일 자신의 SNS에 사진 하나를 올렸다. 최근 새 둥지를 튼 터키 1부리그 트라브존스포르 연고지 트라브존을 떠나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현지 에이전트와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석현준은 지난 6월 유럽 원정에서 ‘슈틸리케호’가 거둔 소득 중 하나였다. 대표팀 직전 A매치인 체코전 맹활약을 통해 ‘원톱’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대표팀에 한줄기 빛이 됐고 리우 올림픽에서도 3골을 터트리며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소속팀 적응’이란 이유를 들어 석현준을 중국및 시리아와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호출하지 않았고 그는 터키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이번 2연전 선수 선발을 두고 ‘뛰지 않는 유럽파가 너무 많은 반면 K리거는 3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를 만족하는 선택은 없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한다’는 당위론은 어디까지나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포르투갈이나 4강에 올랐던 웨일스 주전 중에도 소속팀 출전 횟수가 적은 선수들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많은 고민을 통해 소속팀에서의 감각이 떨어지더라도 자신과 궁합이 맞았던 몇몇 선수들을 과감하게 발탁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석현준처럼 데려와서 쓸 수 있는 선수를 ‘소속팀 배려’ 때문에 아예 유럽에 놔두는 상황엔 의문을 갖게 된다. A매치에 선수를 차출하는 것은 손흥민처럼 소속구단인 토트넘과 별도의 약속(의무조항이 없는 리우 올림픽 출전 대신 9월 2연전때 한경기만 차출하기로 한 것)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떤 클럽도 침범할 수 없는 대표팀 감독의 권리다. 석현준이 빠지고 황의조와 김신욱이 최종엔트리에 오르지 못하면서 대표팀엔 상대 밀집 수비 때 헤딩을 해줄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사실상 사라졌는데 우리가 싸우는 무대는 이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밖 팀과 싸우는 2차예선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겨루는 최종예선이다. 중국처럼 오랜 기간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온 팀 앞에선 석현준처럼 최종엔트리 20명에 없는 유형의 스트라이커도 하나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란 문제 제기도 하게 된다.

게다가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당 엔트리는 23명이다. 북한처럼 경비가 부족해 18~20명만 원정으로만 선수단을 구성하는 경우는 봤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23명을 꽉 채우고 심지어 1~2명의 예비선수들까지 연습에 포함시킨 뒤 경기 당일 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선 12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20명으로 선수단을 짰다. 석현준이든 누구든 3명까지는 엔트리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유럽 원정 2연전은 평가전 시리즈였기 때문에 장거리를 날아간 선수들이 허탕을 치는 일이 없도록 20명만 구성한 것이 이해가 됐다. 중국이나 시리아가 여전히 한 수 아래 팀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최종예선은 다르다. 치밀하고 빈틈 없는 준비로 100% 스쿼드를 짜야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3명을 비운 것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됐는가는 가늠하기 참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을 제외하고, 3명을 아예 빼면서까지 엔트리를 만든 것조차 컴퓨터처럼 내다 본 혜안이길 바랄 뿐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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