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이 뭐기에"..호텔업계 판매중단 '불똥'

김진우 입력 2016. 8. 31. 05:00 수정 2016. 8. 31. 10: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청와대 오찬 메뉴로 오른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요리 논란 확산지느러미 채취 과정이 잔인할 뿐 아니라 멸종상어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더플라자·메이필드호텔 등 샥스핀 판매중단 선언..롯데·신라 고심중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상어 지느러미를 활용한 중식요리인 샥스핀 메뉴가 호텔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 샥스핀이 올라왔고, 일각에서 부적절한 메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 호텔업계로 불똥이 튄 것이다. 비판의 요지는 상어 지느러미 채취 과정이 잔인할 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샥스핀 메뉴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제한적으로 제기하던 샥스핀 판매중단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한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청원캠페인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3일부터 ‘멸종위기종 상어를 구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단체는 “잡힌 상어는 지느러미만 잘린 채 몸통은 다시 바다에 버려진다”며 “미식가들의 기호를 위해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고 종을 멸종위기로 몰아갈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 채로 지느러미만 잘린 채 다시 바다에 버려지는 망치상어(사진=환경운동연합)
샥스핀 요리는 중국이 원조다. 국내에서 샥스핀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 주로 특1급호텔의 중식당인 이유다. 샥스핀은 단품요리뿐만 아니라 고가의 코스요리에 포함될 만큼 인기가 높은데, 중식요리는 메뉴의 전통과 식재료 수준에 가격과 서비스가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샥스핀은 국내 주요 호텔 중식당에서 지난 수십 년간 정·관계 유명인사들과 대기업 오너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샥스핀 요리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정부 공식행사에서 샥스핀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어보호법에 서명하고 샥스핀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샥스핀 요리는 국내 일부 시민단체의 캠페인 때문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 때문에 국내 특1급호텔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호텔체인인 메리어트·힐튼 계열의 호텔은 현재 국내에서 샥스핀 메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반면 쉐라톤·웨스틴 브랜드의 스타우드 계열과 인터컨티넨탈 계열, 로컬 브랜드인 롯데·신라 등은 현재 샥스핀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한화(000880) 계열의 더플라자와 로컬 브랜드인 메이필드 호텔이 최근 샥스핀 판매중단 대열에 동참하면서 향후 국내 특1급호텔들의 선택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플라자는 40년 전통의 최고급 중식당인 ‘도원’에서 샥스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더플라자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고민을 했고, 올 초 메리어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결단을 내렸다”며 “기존 고객들의 반응이 중요한데 샥스핀 메뉴를 중단하고 대체음식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도 고민스러운 건 마찬가지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재 내부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검토를 하고 있다”며 “최근 그룹 이슈가 터지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샥스핀은 중국 정통요리로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식재료다보니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샥스핀의 식감을 살릴 수 있는 대체 식재료를 연구 중이며 샥스핀 사용을 지속적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김진우 (bongo79@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