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의료인 복수의료기관 개설금지' 완화 실현되나

입력 2016. 8. 3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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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개소법
[동아일보]
의사가 1개 이상의 병원을 개설, 운영할 수 없도록 한 ‘1인 1개소법’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동아일보DB

‘1인 1개소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의료인은 한 군데에서만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법이다. 2012년 개정된 의료법 33조 8항이다. 현행법은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하나의 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적 제한을 두려는 뜻으로 만든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외에,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이사로서 자신의 의료면허로는 개설할 수 없는 새로운 의료기관의 운영에 참여한 경우에도 이를 ‘의료법’ 위반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 거기에 대한 확실한 개념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료면허와 관련되지 않은 사안에서는 비의료인과 같은 권리·의무를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비의료인의 경우 수의 제한없이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이사로 법인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의료인에 대한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금지 규정을 의료인의 면허로 개설 가능한 의료기관에 한정하여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로 개설할 수 없는 의료기관인 경우에는 법인의 이사로서 그 개설·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법률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헌재에서 심리 중…서울대병원도 불법?

의료법 33조 8항, 소위 ‘1인 1개소법’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가운데, 이 법으로 인해 공익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병원들까지 불법 의료기관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불법 의료기관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비영리 의료법인인 서울대병원법인은 혜화동에 본원인 서울대병원을, 분당에는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정관 27조 3항에는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분당병원운영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본원의 병원장이 분원의 병원장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원의 운영에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병원 정관에 따르면 의료인인 서울대병원장은 두 개 의료기관(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 된다.

보건복지부와 법제처는 ‘본인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이사진의 일부로서 운영에 참여할 경우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료인이 두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하지 않더라도 운영에 참여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서울대병원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이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될 경우 그 파장은 크다. 불법 의료기관이 되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연세대, 가톨릭대, 고려대 등 분원을 두고 있는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들도 유사한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 같은 모순된 상황은 해당 의료법의 개정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신앤유의 김종식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법제처 등 유관 기관이 모두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나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74일 만에 졸속 개정되었기 때문에 의료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부도 우려…국회에서도 법안 발의

정부도 ‘1인 1개소법’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중 의료기관 경영효율화 방안[1]에서는 의료법 33조 8항[2]에서 ‘운영’의 범위가 모호하여 의료컨설팅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2017년 상반기까지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료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경영지원서비스의 허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요 부처조차도 해당 법률의 모호함으로 인해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수의 병원들조차 불법 의료 기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2015년 몇몇 의원에 의해 1인 1개소법의 개정이 추진된 바 있다. 형평성을 위해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금지의 규정을 ‘의료인’에서 ‘의료인 면허로 개설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이다.

대표 발의한 오제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외에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이사로서 자신의 의료면허로는 개설할 수 없는 새로운 의료기관의 운영에 참여한 경우에도 이를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과도한 규제는 고치는 게 옳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졸속 개정 논란과 형평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1인 1개소법’이 많은 혼란을 유발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을 감안해 신중한 논의를 통해 재입법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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