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 10만명.. 36%만 수업 따라간다

박승혁 기자 입력 2016. 8. 31. 03:08 수정 2016. 8. 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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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외국인 대학생 1만2930명 늘어.. 절반 넘게 한국어 '까막귀' 수준] 대학들 등록금·국제 지표 위해 언어 능력 부족해도 '꼼수' 유치 중국인이 62% 차지 다양성 부족.. 입국 후 일자리 찾아 잠적하기도

충북 지역 4년제 대학 사범대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지난 학기 전공 수업에서 중국인 학생 A씨와 팀을 이뤄 과제를 하게 됐다. 자신을 '같은 과 4학년'이라고 소개한 A씨는 김씨에게 "한국어가 서툴지만, 이번 학기에 졸업해야 하니 조별 과제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4년간 한국 대학을 다녔는데도 A씨의 한국어 듣기·쓰기 실력은 초급 수준이었다. 재수강하기 어려운 전공 수업이었기에 김씨는 어쩔 수 없이 A씨와 팀을 이뤘다. 그러자 A씨는 한국어에 서툴다는 이유로 종강 직전까지 과제 대부분을 김씨에게 떠넘겼다. 김씨는 "두 사람이 할 일을 혼자 하게 돼 한 학기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학과 교수는 "A씨는 기말고사에 낙제해 F 학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수업 못 따라가는 외국인 학생

국내 대학의 외국인 학생이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6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학생은 10만4262명으로 전년도보다 1만2930명(14.2%)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4년제 대학 학생 수는 2년 연속 줄었지만 외국인 학생 수는 3년 연속 늘어났다. 국내 대학이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유학생을 받아 등록금 수익을 늘리고 각종 국제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대학들이 '꼼수'를 부린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많은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정원 외'로 입학시켜 학교 재정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A씨처럼 한국어 능력이 떨어져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유학생이 적지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학부 과정에 있는 외국인 학생 중 수업에 필요한 언어 능력을 갖춘 학생 비율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서는 외국인 학생의 언어 능력 기준을 한국어능력시험(토픽) 4급 또는 영어 구 토플 550점 수준 이상으로 정해 조사한다. 한국어나 영어 둘 중 하나는 할 줄 알아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이 있는 236개 대학 중 언어 능력을 충족한 외국인 학생이 절반을 넘는 곳은 56곳뿐이었다. 서울대의 경우 언어 능력을 충족하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39%에 불과했다. 언어 능력 기준을 통과한 외국인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도 55개 대학이나 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외국인 학생을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 학생으로 받으라고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어서 한국어가 안 되는 유학생이 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졸업을 포기하고 중도 이탈한 외국인 학생 비율은 4년제 대학이 3.7%, 전문대학 11.2%에 이른다.

◇중국인 학생 쏠림 현상 여전

한국에 들어오는 유학생이 특정 국가 출신만 몰리고, 국적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외국인 학생 절대다수가 아시아권이며, 중국인 학생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올해 통계에서도 학위 과정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 학생 비중이 61.7%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베트남(5.5%), 몽골(3.6%), 미국(2.5%), 일본(2.5%) 국적이 뒤를 이었다. 국내에 들어온 학위 과정 유학생 가운데 학사 과정 재학생이 62%고 석사 27%, 박사 11%였다.

특정 국가 유학생이 지나치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서 캠퍼스에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수도권 한 사립대학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을 듣는 50명 중 30명이 중국 학생이다. 한국어로 하는 수업 시간에도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중국 휴일에는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이 많아 휴강이 잦다. 이 학교 4학년 B씨는 "말이 잘 통하는 중국 학생끼리 똘똘 뭉쳐 다녀 한국어는 더욱 늘지 않고, 중국 학생들만의 동아리를 만드는 등 학내에서 고립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대는 한국 유학을 이용해 입국한 후 취업 등을 위해 학교에는 등교하지 않고 사라지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우수한 외국인 학생이 많지만 일부 수준이 떨어지는 외국인 학생은 붙잡고 복습시킬 수도 없어 유학생 성적이 계속 바닥을 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유학생 유치가 학교 경영 측면에선 중요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실력을 테스트하고 걸러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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