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대화에 나서달라"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단식 돌입

김서영 기자 2016. 8. 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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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0일 서울 한국공항공사 건너편 인도에서 김포공항 청소노동자가 공사에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30일 낮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정문 앞 버스정류장. 아이와 함께 지나던 시민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돗자리에 앉아 있는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인 공공비정규직노조 손경희 서울경기지부 지회장(51)에게 인사를 건넸다. “힘내세요. 파이팅.” 손 지회장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한번은 어떤 분이 ‘현금이 이것밖에 없어 죄송하다. 음료수라도 사 드시라’며 7만원을 주셨다. 김포공항의 다른 용역 업체 노동자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이팅’이라고 해 준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용역업체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던 손 지회장은 이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대화를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손 지회장은 “지난 26일 새벽 1시까지 열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노사 대화를 위해 파업을 중단해 달라’는 간곡한 권고를 받아들여 파업 4시간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복귀 한 시간 후 공항공사가 대화를 거부했다”고 단식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6일 용역업체 노조는 원청인 공항공사가 나서 청소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당초 손 지회장은 공항 이용자가 많이 오가는 국내선 출입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려 했으나 업무방해로 고소당할 것이 우려돼 정문 근처에 돗자리를 펼쳤다. 그는 지난 12일 같은 장소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겪은 성추행·가혹한 근로 조건 등을 폭로하며 삭발식을 한 바 있다.

손 지회장은 “삭발도 처음이었고, 단식도 태어나서 처음이다. 참담하다. 노조가 생긴 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도 공항공사는 직접 대화를 한 번도 안 해준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무시를 당하고 있었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면 청소노동자와 공항공사 각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노조와 직접 대화를 한 차례도 하지 않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공항공사가 대화를 거부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노조에서 주장하는 건 이미 해결이 됐거나 문제 해결을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측은 또한 “도급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공사로선 용역업체의 일에 끼어들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손 지회장은 “공항공사 측에서 여러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대안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조와 만나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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