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고수들 '혼자 사는 법'을 말하다

장회정 기자 2016. 8. 30. 22: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혼자의 경쟁력? 동호회 통해 다양한 세계 접한다는 것”

1인가구로 살고 있는 ‘프로’ 3인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1인불판’ 레스토랑 주인이자 셰프 이현승씨, 독립생활 20년 차인 홍보마케팅 업체 이사 윤희경씨, 유학생활 등 15년을 싱글족으로 산 비올리스트 김윤선씨.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1인가구가 5년 전보다 100만가구나 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0년에 4.8%에 불과하던 1인가구는 2010년 23.9%, 2015년 27.1%에 이어 2035년에는 3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네 집 중에 한 집 이상이 1인가구인 셈이다. 어딘가 불완전하며 우울하고 외로울 거라는 편견에 짓눌렸던 1인가구는 이제 국내 소비시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집단이 됐다. ‘파워 컨슈머’로 자리 잡은 1인가구를 대변할 만한 3040 ‘프로’ 1인가구주 3인을 만났다.

윤희경씨(40)는 대학 진학 이후 올해로 1인가구주 20년 차인 홍보마케팅 전문업체 이사다. 김윤선씨(35)는 유학 생활 10년, 귀국 후 5년 등 1인가구 생활에 잔뼈가 굵은 교향악단 비올리스트이다. 이현승씨(32)는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혼자 와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1인 불판’을 갖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다. 일종의 동지의식이었을까. 이들은 1인가구주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공감했다. 그리고 오랜 경험 속에서 터득한 솔로 라이프를 위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들을 쏟아냈다.

1인가구 20년차 윤희경씨

-1인가구를 다룬 한 논문에서 ‘1인가구, 낙오자에서 트렌드세터가 되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어요. 실제로 인터넷 및 모바일쇼핑, 편의점을 비롯해 최근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1인가구가 주목받고 있어요.

윤희경(이하 윤)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저 개인적인 생활보다 업무에서 먼저 1인가구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1인가구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거 같아요.

김윤선(이하 김) 유럽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니까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거 같아요. ‘혼자’를 강조하는 각종 마케팅이 1인가구를 더 단절시키는 것 같아 아쉬워요. SNS에 제 친구가 ‘오늘의 혼밥’이라고 사진을 올렸는데 저도 모르게 ‘얘는 혼자 못 먹을 줄 알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조차도 아직 편견이 있구나 싶었죠.

윤 = 혼자 밖에서 밥 먹는 게 예전에는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많이 편해졌어요. 전 집에서 혼자서 먹더라도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먹는 걸 좋아해요. 커피도 정성껏 내리고요. 하지만 아직 고깃집은 혼자서 못 가겠어요.

이현승(이하 이)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외근하면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분식집은 쉽지만 고깃집은 어려웠죠. 그래서 제 식당을 내면서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김 = 가봐야겠네요.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게 ‘혼밥’의 최고 레벨이라고 하잖아요.(웃음)

이 = ‘혼밥족’에게 편의점 도시락이나 즉석식품은 정말 유용하죠. 점심용으로도 부담 없고요. 요즘은 진짜 많이 발전했어요. 다만 지나치게 간이 센 제품들이 있는데 그 점은 개선되면 좋겠어요.

김 = 저도 제때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서 패스트푸드를 많이 사 먹는 편이에요. 요즘은 맛집 음식을 배달해주는 앱의 도움도 받는데 푸드플라이나 띵동을 자주 이용해요.

윤 = 일반 배달음식의 경우 1인가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거 같아요. 양도 지나치게 많고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요. 저는 퇴근길에 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자주 들러요. 백화점이 비쌀 거 같지만, 마감세일을 이용하면 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요. 하나에 7000~8000원 하던 걸 2개 1만원에 팔거든요.

김 = 생필품의 경우는 지마켓, 쿠팡 같은 온라인쇼핑몰을 애용해요. 가격도 저렴하고 배달도 해주니까요. 식품류는 홈쇼핑에서 많이 사요. 양은 좀 많지만 냉동실에 쟁여놓으면 되거든요. 유명 셰프나 맛집의 이름을 걸고 하는 제품들이 괜찮아요. 저는 외식이 잦은데 음식값이 정말 비싸졌어요.

이 = 임대료가 비싸니까요. 부동산이 출발점이에요.

‘1인 불판’ 레스토랑 운영 이현승씨

-먹는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 문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김 = 1인가구가 일반 가구들보다 가성비를 더 따지는 경향이 있어요. 월세 비중이 커서 그래요. 일단 그 비용부터 제하고 생활비를 써야 하니까요.

이 = 저도 월세 부담이 커요. 무엇보다 1인가구의 경우 주거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요. 오피스텔 아니면 원룸이고, 전세는 아예 없고요.

김 = 제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규모가 큰 곳임에도 주거용으로 등록이 안 되어서 주소지 이전을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월세가 제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아요. 요즘 셀프인테리어가 붐이라는데, 언제 나갈지 모르는 월세살이를 하다 보면 내 공간을 꾸민다는 게 녹록지 않죠. 그 점도 아쉬워요.

이 = 앞으로 1인가구는 더욱 늘어날 텐데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환경이 현실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셰어하우스 얘기도 많은데, 1인가구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니 솔직히 거리껴져요. 또 우리나라는 1인가구를 독립된 가정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저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임대주택 자격에도 한참 모자라요. 신혼부부의 경우 임대나 분양, 대출에서 우대를 해주는데 그거 때문에 결혼할 수는 없잖아요? 결혼, 출산, 육아 모두 힘든 것인데도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인 거 같아요.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

-자산운용은 어떻게 하나요? 금융상품들이 갈수록 복잡해져서 따져볼 것도 많잖아요.

윤 = 나름대로 주택청약적금부터 연금, 보험 등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아쉬워요. 1인가구를 위한 재무상담을 받고 싶어요.

이 = 저는 기본 보험 정도만 들고 있을 뿐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어요.

윤 = 보험은 한 번씩 좋은 조건의 상품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를 이용해 들면 돼요. 저도 여러 가지 들긴 했는데 아직 결혼한 게 아니라서 생명보험은 안 들었어요. 요즘은 간병보험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1인가구 15년차 김윤선씨

-2015년 한 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가 1인가구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응답자들은 ‘내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더라고요. 그만큼 요즘 청년 1인가구주들이 자기관리에 능하다는 것이겠죠.

이 = 요식업을 하면서부터 30㎏이 쪘어요. 시식할 때 맛만 보고 뱉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다 먹거든요(웃음). 집에서도 요리를 즐겨 하고요. 덕분에 쉬는 날은 살도 뺄 겸 친구들과 레포츠를 하면서 보내요.

윤 = 저는 공부와 취미활동 등 저 자신을 위한 계발비에 지출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전에는 등산을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자전거를 타요.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한강으로 라이딩을 나가요. 육체적으로는 피곤할 수 있는데 바람 쐬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져요. 몸 관리라기보다는 취미 삼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운동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김 = 저는 예술중학교와 예술고, 그리고 음대를 나온 탓에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들뿐이었어요. 다른 영역에는 문외한이었죠.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세계를 접하는 게 제 경쟁력이 되는 거 같아요.

윤 =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죠. 지금의 싱글라이프를 제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공부도 하고 네트워킹도 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그에 못지않아요.

김 = ‘나는 왜 혼자 있지?’ 우울해하기보다는 남들과 같이 있을 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일 거 같아요. 1인가구의 요건이라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꼽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1인가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원하든 원치 않든 1인가구에 새로 편입되는 이들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면….

이 = 저는 준비가 된 상태에서 독립하기를 권해요. 남자들의 경우 집안일을 잘 해내기 쉽지 않잖아요. 철저한 자기 관리도 중요하고요. 증권맨인 제 친구는 출퇴근이 힘들어서 여의도로 독립했는데 연봉이 많아도 월세에 각종 공과금 등 지출이 많다 보니 남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 경험이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장이 안 좋거든요. 급하게 장염이 생겼다거나 몸이 아플 때 찾아갈 병원, 약국 등의 리스트를 미리 챙겨둬요.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24시간 하는 동물병원을 알아두는 것처럼 만약을 위한 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윤 = 저도 24시간 운영하는 약국 같은 정보는 저장해두고 있어요. 세상이 험하다 보니 각별하게 살펴야 할 부분도 많고요. 한 번씩 내 집에서 불안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김 =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미리 하니 문 앞에 놓아달라고 하고 배달원과 직접 마주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여성 1인가구의 경우 배달시키고 혼자 있는 거 티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현관에 신발을 여러 개 내놓기도 하잖아요.

윤 = 청소나 요리 등은 나보다 뛰어난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분들이 청소하는 동안 집에 있기도 뭐하고, 나가 있기도 뭐하고요.

이 = 그래서 1인가구일수록 확고한 자기중심이 필요한 거 같아요.

윤 = 우린 잘하고 있는 거네요(웃음). 우리끼리라도 ‘치어업(Cheer up)’해야죠!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