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MG 검사, 왜 못했나?..허술한 화학물질 관리 실태

김지아 2016. 8. 3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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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SK케미칼 측은 PHMG의 유해성을 몰랐다거나 생활용품에 쓰여도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PHMG가 들어간 제품을 찾아 실험을 해보면 SK케미칼의 말이 사실인지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 동안은 제대로 실험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는군요. 김지아 기자와 함께 허술한 국내 화학물질 관리의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지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PHMG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상황에서 PHMG를 분석할 수 없다니 쉽게 이해가 안 가는데요.

[기자]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게 공기청정기 필터입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물질 PHMG를 사용해 항균력이 높다고 홍보했던 제품인데요.

업체 측은 단종됐다고 했지만,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서 취재진이 직접 입수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필터에 PHMG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해봤지만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앵커]

PHMG를 검출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건가요?

[기자]

PHMG 검출 기술과 장비를 개발한 게 정부가 아닌 한 대학교수가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검출 의뢰를 위해 수소문 해봤더니 지금 안식년이라 국내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교수가 식약처와 FITI 시험연구원이라는 곳에 기술 이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 분석이 현재 불가능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정작 검출 실험은 안한 건가요.

[기자]

PHMG는 SK케미칼이 개발한 공업용 세척제입니다.

이 원료는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핵심 원료로도 쓰였는데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겪은 폐 질환의 원인 물질로 인정돼 판매가 금지되기 전까지, 검출 실험을 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아예 실험하려는 시도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10월에서야 그 대학교수가 검출 기술을 개발했고, 그때서야 분석도 가능해졌습니다.

[앵커]

저희가 보도한 것처럼 공기청정기 등 다른 생활용품에도 들어있는지 확인하려면 검출 실험을 빨리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5월 환경부가 신발 탈취제에서 PHMG를 검출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발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다른 생활용품에서 PHMG를 검출한 첫 사례였습니다. 그때 검출 실험도 기술을 개발한 대학교수가 진행한 건데요.

모든 실험을 이 대학에만 맡기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한 연구원과 식약처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음달 쯤부터 실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앵커]

기술을 이관했다면 당장이라고 식약처 등에서 실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국민들 불안이 큰데 왜 9월부터 실험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이 실험을 하려면 장비 뿐만 아니라 소위 '표준 물질'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그 '표준 물질'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표준 물질이 뭔지 쉽게 말씀드리면요, 한마디로 실험의 기준이 되는 '표본' 같은 물질인데요.

예를 들어 살균제에서 A라는 물질을 검출하고 싶다면 분석하는 기계에 표본 물질을 넣어야 해당 기계가 살균제에 A물질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표준 물질을 확보하려면 규격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고요, 길게는 1년도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앵커]

PHMG 논란이 불거진 게 하루 이틀 전이 아닌데요, 정부기관에선 지금까지 표준물질을 준비해 놓지 않았던 겁니까?

[기자]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표준 물질'로 만들어 놓을 순 없다는 게 당국과 관련 기관의 설명입니다.

특히 PHMG의 경우, 본격적으로 생산될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 미리 표준물질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각종 생활용품에 수백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표준 물질'을 만들고, 각 화학물질에 대해 전반적이고 신속한 검사를 할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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