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기업지배구조 개혁법안 논란

배병우 논설위원 2016. 8. 3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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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투명성 YES vs 경영권 불안 NO

20대 국회 개원 이후 대기업을 겨냥한 경제 입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주로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상법 개정안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4개 경제민주화 중점입법 과제에도 대기업 지배구조와 연관된 법이 다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미 7월에 다중대표소송제,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선출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50%가 아니라 30%만 되면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토록 하는 등 김 전 대표의 법안보다 더 강력하다. 채 의원은 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더민주 최운열 의원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한 유통 관행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6개 법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 활동을 옥죌 것이라며 불만스러워한다. 20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경제 관련 입법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을 듣는 채이배 의원 발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글=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 삽화=전진이 기자

이래서 찬성 -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재벌그룹, 규제 이리저리 회피 법 있어도 지배구조개선 먼 일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된 것은 2006년 경제개혁연대와 현재의 채이배 의원 등이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재벌 총수와 일가들이 계열사를 활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를 하는 상황을 폭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제재안이 마련되기까지는 8년이 소요됐다.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법 시행 직전 재벌그룹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규제 대상 회사와 비규제 대상 회사를 합병시키고, 회사의 사업 부분을 물적 분할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며, 지분율 30% 제한선을 피하기 위해 29.99%로 보유지분율을 낮췄다. 현재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첫째 문제는 총수 일가가 상장회사의 지분 30% 또는 비상장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직접 보유한 경우에 한해 적용돼 규제 대상 자체가 협소하다는 것이다. 둘째,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을 요하는 거래에 대해 광범위한 예외 사유를 두고 있는데 이는 사익추구형 일감몰아주기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일감몰아주기(편법적인 내부거래·tunneling)는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경쟁도 없이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탈세를 부추겨 총수 일가의 부와 경영권 세습 구조를 공고히 하고, 일반 소액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친다. 또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배제시키고 기업 간 경쟁을 막아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강하게 통제돼야 한다.

따라서 현행 법은 첫째 계열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단일화 및 강화해야 하며, 둘째 직접보유 지분에 한정한 것을 간접보유 지분까지 확대해 제도 효과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감몰아주기 예외 조항인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요건을 삭제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다음으로 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공약한 것이다. 즉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등이다. 정부는 2013년 7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재계가 반발하자 이를 취소했다.

채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 현재 사외이사제가 도입되었으나 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고 기업의 사업 방향은 물론 기타 구체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그저 찬성만 해주고 있다. 사외이사제 폐지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외이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권에서도 하위에 속한다. 주주의 권리, 주주의 동등한 대우, 이해관계자의 참여, 공시와 투명성, 이사회의 책임 등 분야에서 한국은 2014년 기준 아시아 11개국 중 8위다. 2016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29위였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은 ‘경영관행’ 분야는 6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5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 지배구조 원칙은 기업경영 투명성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기업경영 견제, 감시를 여전히 중요한 항목으로 분류했다. 한국 재계는 이런 현실과 경향을 무시하고 과거지향적으로만 달려가고 있다.

이래서 반대 -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지배주주 권한 규제’ 세계 최강 경영 안정화 위한 균형 찾아야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지배주주 권한을 제한하고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배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그 이상의 지배권을 행사하며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개정의 배경이다. 현재도 충분한 규제가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나씩 살펴보자.

현행 상법에서는 모든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일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선임된 이사 중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의 주총에서 다시 선임하도록 하며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대주주 입김을 줄여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이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다. 그런데 모든 이사를 일괄 선임할 때는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며 감사위원이 될 이사와 일반 이사를 처음부터 분리 선임하자는 것이 개정안이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첫 단계부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위함이다. 이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이렇게 제한하려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사선임 방식이다. 현행법상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는 기업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해야 한다.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어 소액주주들이 도입을 원한다면 정관에서 배제하기 쉽지 않다. 나아가 아예 배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려는 것이 개정안이다. 칠레, 멕시코, 러시아 정도만이 이렇게 하고 있다. 모회사 소액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대부분 나라에서 법원의 해석에 맡기고 있으며, 일본 상법에만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그마저도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엄격하다. 개정안은 30% 보유한 경우로 하고 있어 요건이 훨씬 완화돼 있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 확대를 위한 전자투표제는 현행법에서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터키와 대만 정도가 최근 의무화했다.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행위를 현재처럼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규제로 다루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대부분 상법에서 손해배상 문제로 해결한다. 물론 우리 상법에도 이를 위한 충분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도 공정거래법에서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이다.

이렇게 지배주주의 권한남용 통제를 위한 규제는 현재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미흡하다고 보는 이유는 아마도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구조 때문에 지배주주의 권한남용 위험성이 특히 크다고 인식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기업집단 피라미드 소유구조와 계열사 간 상호(순환)출자는 모든 유럽 국가에서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실제 75%와 31%의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배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금지되고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도 유럽 국가 중 44%가 활용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권한남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왜 다른 나라들은 우리처럼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일까? 지배주주의 권한이 강화돼 경영권이 안정된다면 일부 소액주주의 투기적 권한행사를 막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권한남용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기업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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