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대통령 '운명의 날'.. 탄핵안 통과 분위기

브라질 상원 최종표결.. 오늘 결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상원의 탄핵안 최종표결이 시작됐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상원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30일 저녁) 탄핵안 최종표결에 들어가 31일 오전(한국시간 31일 오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최종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퇴출당한다.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테메르 권한대행이 채운다. 반대로 찬성 의원이 54명에 미치지 못하면 탄핵안은 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상원은 지난 25일부터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개시했다. 탄핵 사유에 대한 공방과 의원들의 의견 발표가 있었으며 29일에는 호세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최후변론을 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45분가량 진행된 탄핵심판 최후변론을 통해 “탄핵은 ‘정치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면서 “정치권이 재정회계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한다”면서 “탄핵은 쿠데타이자 정권찬탈 행위”라고 비난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상원에 출석해 탄핵 표결에 앞서 최후변론을 마친 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브라질리아=AP연합뉴스

지난해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포함한 5개 야당은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경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은행 자금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과거 정부들도 같은 방법으로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최후변론에 이어 40여명의 상원의원과 1대1 질의·응답 형식을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했다. 이날 상원 방청석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좌파 성향의 정치인·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했으며 간간이 호세프 대통령에게 박수로 지지를 보냈다.

호세프 대통령의 최후변론 이후에도 상원의 분위기는 탄핵안 통과 쪽으로 기울고 있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상원의원 가운데 52∼53명은 탄핵안에 찬성하고 18∼19명은 반대, 나머지 9∼1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거나 의견을 정하지 않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호세프 대통령은 1992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되는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콜로르 전 대통령은 30년 만에 직접 선거로 선출돼 1990년 3월 취임했으나 하원이 1992년 12월 비리 혐의로 탄핵안을 가결하자 사퇴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대법원은 그를 탄핵으로 몰아넣은 부패, 범죄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현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당선됐다. 그러나 최악의 경제난과 부패 스캔들로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월12일 탄핵심판이 개시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