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중 3명, 정부·기업 '디지털경험'에 불만"

임민철 기자 2016. 8. 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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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2016년 디지털경험 보고서 공개

(지디넷코리아=임민철 기자)디지털경험은 소셜 네트워크와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 이용과 디지털 기기 활용에 친숙한 소비자들이 과정에 몰입할 수 있고, '내게 맞춰져 있다'고 느끼고, '간편하다'고 평가할 만한 경험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소위 '밀레니얼 세대가 끌릴만한 경험'이다.

국내 공공기관과 산업분야별 선두업체 37곳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경험'이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지표만 놓고 보면 평균 미달이고, 향후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연합(UN) 으로 부터 세계 전자정부 평가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부를 비롯해, 각 시장에서 나름대로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돼 온 국내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국 기관, 기업에 이처럼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곳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 SAP.

SAP코리아 2016 아태일본지역 디지털경험보고서 한국지역 조사결과 일부. 전체 디지털경험지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SAP코리아는 30일 서울 역삼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공공기관과 산업분야별 주요 기업 브랜드가 제공하는 디지털경험이 낙제 수준임을 보여주는 '2016년도 아시아태평양일본(APJ) 디지털경험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 4명 중 3명(75%)은 37개 브랜드가 제공하는 디지털경험에 만족하지 못했다. 뒤집어 말하면 만족한 사람은 4명 중 1명(25%)뿐인데, 이는 같은 조사 대상 지역인 필리핀(54%)과 말레이시아(43%)보다 낮고 아태 지역 전체 평균치(35%)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이같은 결과를 낳게 한 한국의 37개 공공기관과 기업은 어떤 곳일까? SAP코리아 측은 조사 대상에 "소비자가 많고 그만큼 누적된 디지털경험이 많아서, 설문조사에 응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할 만한 브랜드, 각 산업분야를 대표하는 성격의 브랜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라 짐작된다. SAP측은 그러나 "어떤 브랜드가 조사 대상이었다고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SAP는 한국의 조사 대상 브랜드 37곳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신, 이 브랜드를 7개 산업분야로 분류하고 각 분야의 디지털경험 관련 경쟁력을 대조했다. '디지털경험(DX)' 지수를 만들어 그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특정 브랜드의 디지털경험에 만족한 응답자 비중(%)을, 만족하지 못한 응답자 비중(%)으로 뺀 값이다. 즉 디지털 경험에 만족한 사람이 많고 불만족한 사람이 적을수록 높은 양의 수치가 나오는 지표다.

SAP코리아 2016 아태일본지역 디지털경험보고서 한국지역 조사결과 일부. 7개 업종별 디지털경험지수를 나타내고 있다.

DX지수가 높은 순서대로 7개 산업분야를 늘어놓으면 하이테크(16%), 자동차(12%), 유틸리티(-10%), 은행(-12%), 소비재유통(-13%), 공공(-14%), 통신(-18%) 등이다. 하이테크 분야 7개 브랜드 중 5개가 플러스, 자동차 분야 5개 브랜드 중 4개가 플러스였다. 나머지 28개 브랜드는 분야를 막론하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DX지수를 기록한 브랜드는 공공 부문 4곳 중 1곳(-35%)이었다. 이는 유틸리티(-24%), 은행(-20%), 소비재 유통(-16%), 통신(-14%)같은 타분야의 최하 DX지수를 기록한 브랜드와 견줘 보더라도 독보적으로 낮았다. 이미 언급했듯 SAP코리아 측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개별 브랜드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악의 디지털경험 브랜드로 평가된 공공기관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디지털경험에 불만족스럽다는 응답 비중이 큰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 전체의 DX지수(-12%)도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전반적으로 브랜드의 DX지수가 낮게 나타난 점을 뜻밖이라 언급하며 이 지표의 중요성과 해당 결과의 의미를 공들여 설명했다. SAP의 DX지수가 글로벌 컨설팅 세계에서 널리 인용되는 순추천고객지수(NPS)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만큼, 기업들이 DX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면 NPS가 시사하는 브랜드충성도를 높이고, 결국 매출과 성장에 기여할 것이란 뉘앙스였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그는 "그간 UN에서 인터넷보급률 만족도 등을 포함하는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을 최고로 평가해 왔는데, 그간 우리가 너무 자화자찬 해 온 게 아닌가 싶다"며 "나는 이번 조사에 (공공부문만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한국이 아태지역내 다른 나라보다 당연히 높을 줄 알았는데, 결과를 보니 뜻밖에도 하위권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경험 지표가 올라간다는 건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에 대한 디지털 상호작용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는 결과"라며 "우리는 조사를 통해 확보한 브랜드별 DX지수와, 모든 사업에 걸쳐 브랜드충성도의 척도가 되는 NPS의 상관관계도 파악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 디지털경험이 좋으면 NPS도 좋았고, 매출에도 긍정적이란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SAP코리아 측은 같은 조사에서 디지털경험 만족도가 비즈니스 성과와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도 확인했다. 해당 브랜드를 계속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문항에, 디지털경험에 만족했다는 소비자 56%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에 불만족한 소비자는 6%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회사측은 또 "디지털 경험에 만족하는 소비자일수록 해당 브랜드에 다양한 유형의 개인 정보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며 "적절히 제공된 개인 정보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양질의 디지털 경험으로 이어지고, 양질의 디지털 경험은 또다시 소비자의 개인 정보 제공을 촉진하는 선순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SAP APJ 디지털경험보고서에 담긴 조사는 APJ 지역 공공 및 기업 700여개 브랜드가 제공한 디지털경험을, 3가지 특성으로 분석할 수 있는 14개 문항에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SAP 측은 응답자별 14개 문항 평균점수를 '불만족(0~6)', '보통(7)', '만족(8~10)' 구간으로 평가하도록 설계했다.

APJ 지역의 남녀 성인 소비자 1만8861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여기에 한국 공공 및 기업 브랜드 37개와 한국 소비자 3034명의 응답이 포함됐다. 응답자 연령대는 3가지(만18~34세, 35~49세, 50세~)로 분류됐다.

임민철 기자(imc@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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