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첫 공판서 "명예훼손 목적 없었다"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김태헌 기자 = 책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59)에 대한 첫 공판이 30일 열렸다.
지난 1월 박 교수는 해당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해 총 6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이 이어졌으나, 박 교수가 신청을 철회한다고 번복하면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재판기일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진행된 첫 기일에서 박 교수 측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책의 내용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고, 고의가 없다"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공소제기 대상과 심판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피상적인 논쟁으로 혼란이 가중된 면이 있다"며 "학문의 연구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기존 사상이나 가치와 상반되거나 저촉되더라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인격권인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며 "검찰은 책 내용 중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공소를 제기한 것이지 피고인이 제시하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와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이 채택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등을 제시하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성노예에 다름없었을 뿐 본질적으로 매춘부가 아니었다"며 "피고인은 책에서 조선인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수 측 변호인은 "책에서 위안부는 성노예였다고 여러 번 표현했으며,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박 교수는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일본국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았고 명시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책은 제국주의시대에 국가의 전쟁과 타 지역 점령에 동원된 피해자의 하나인 위안부피해자 문제에 대해 쓴 책"이라며 "고소인 측이 위안부의 명예를 폄훼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이 문제를 오로지 일본만의 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위안부 내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고 지적한 것"이라며 "수많은 사료와 서적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음을 서술한 것일 뿐, 고소인 개개인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전에는 검찰 측과 박 교수 측의 모두진술 절차로 진행된 뒤 오후에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박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를 중심으로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35개 항목에 대한 양측 공방이 이어졌다.
이어진 재판에서는 Δ책 내용의 사실적시 및 의견표명 여부 Δ'매춘''동지적 관계' 등 표현의 명예훼손 해당 여부 Δ고소인 개개인의 명예훼손 여부(집단표시 문제) Δ적시된 사실의 허위 여부와 허위사실 인식 여부 Δ위법성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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