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銀 '글자 전쟁'..이례적 정책에 군사용어 폭발

신기림 기자 2016. 8. 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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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이후 통화 정책관련 기사 군사 용어 속출 "행동 각인력 떨어지면서 과장·미사어구 늘어"
K-9 자주포. (육군 제공) 2016.6.25/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바주카, 실탄, 화력, 대포, 화약, 빅건.'

치열한 전쟁터에서 나올 법한 용어들이지만, 최근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을 설명하는 기사나 블로그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들이다.

지난달 추가 완화책을 발표한 영란은행에 대해 영미권 언론에서는 '영란은행이 기대고 서 있을 주방 싱크대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표현했다. 싱크대만 빼고 다 뜯어냈다는 영어표현에서 따온 것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의미다.

싱크대 이외에도 대형 망치(sledgehammer), 총알(bullets), 화력(firepower), 화약(dry powder) 등 각종 은유적 표현들이 최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중앙 은행들은 일련의 이례적 정책수단들을 늘렸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특히 군사 용어의 사용이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들이 '바주카', '싱크대', '공격적 비둘기'와 같은 우스운 메타포(은유)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WSJ는 일련의 정책 무기들로 인해 '공격적 비둘기'처럼 이상한 은유적 표현의 집합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둘기(dove)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의미하며 반대로 긴축은 매(hawk)로 상징된다.

미디어 관련 정보업체 '팩티바'의 분석에 따르면, 금융 위기 이후 통화정책 관련 기사와 블로그에서 바주카, 화약과 같은 무기 관련 단어들이 언급된 경우는 2010년 4600건에서 2015년 7300건로 늘었다. 지난 2011년의 1만1000건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주방 싱크대와 대형 망치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중앙은행 총재들이 스스로 은유적 표현들을 쓰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지난 2008년 다른 중앙은행들과 맺은 스왑라인을 '나의 바주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012년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3년 만기의 '저금리장기대출'(LTRO)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빅 버사'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빅 버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초대형 대포의 이름이자 골프채 브랜드명이다. 골프채 빅버사는 큰 헤드에 빠른 속도로 공을 칠 수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부터 '피터팬'으로 불리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해 연설에서 비전통적 조치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해 "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순간 날 수 있는 능력은 영원히 없어진다"고 말했다.

은유적 표현이 늘어난 배경에는 중앙은행들의 이례적 통화정책에 있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수 년 동안의 초완화적 정책 이후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총재들이 메타포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동을 통한 각인력이 줄면서 과장과 추가적 미사여구과 같은 언어를 통해 인상을 남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유적 표현들의 '사격중지'를 요청한다. 칼룸 피커링 베른버그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은유적 표현들로 인해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진짜 그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일까봐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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