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원칙대로 간다..지원 불가 오늘 결정할 듯

김형민 기자 2016. 8.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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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29일 밤 늦게 한진해운(117930)에 신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쪽으로 확실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및 금융당국이 강조했던 ‘신규지원 없이 기업 스스로 정상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한진해운 콘테이너선 / 조선DB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당초 예정대로 30일 채권단 의결을 거쳐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종료 안건을 결정한다.

일부 채권단 관계자가 막판에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추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신규지원은 없다’는 쪽에 확실히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누구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트리거’ 되고 싶지 않아”

산업은행이 전망한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자금은 최소 6000억원이다. 한진해운이 스스로 6000억원을 마련해야 조건부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와 관련한 출자전환, 차입금 상환유예 등의 정상화 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산업은행은 한진그룹 등을 대상으로 자구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약 5500억원가량의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전체 자구안 중 당장 실현 가능한 규모는 4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단독] 한진해운 채권단 "자구안, 4000억원만 인정…조양호 사재출연도 규모 없어"<2016.8.25>

한진해운 스스로 정상화할 수 없다는 진단이 확실해진 가운데, 남은 단계는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종료 결정이다.

당초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100% 확신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0일 의결을 코앞에 두고 채권단은 국적선사 1위를 법정관리에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산업계 영향, 해운업계의 극심한 반발 등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율협약 종료 결정을 서로 미루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실제로 한진해운 채권단 중 하나인 하나은행은 ‘조건부 동의’라는 입장을 피력하며 ‘나머지 채권단의 뜻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시중은행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그동안 한진해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막판에 법정관리 결정만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어떤 채권단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트리거(미리 정해 놓은 조건을 만족하거나 어떤 행위가 실행되면 자동적으로 수행되는 동작)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채권단 의결권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라 나머지 채권단도 산업은행의 뜻에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분이 60%에 달하는 산은이 여태까지는 좌지우지하다가 이번에는 ‘채권단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다”면서 “누가 봐도 최종 판단은 미루겠다는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때 결정장애 증상 보였던 산은 “신규지원 어려워”…구조조정 원칙 재확인

채권단이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지원은 어렵다는 원칙을 뒤늦게 내세웠다.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 조선DB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29일 저녁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기존대로 구조조정의 원칙을 어길 수 없다”며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진다는 전제로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이것은 스스로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구조조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구조조정 원칙을 어길 수 없다고 못박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원칙을 어길 경우 추후 발생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특혜, 차별 등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기업이 국내 산업에 중요하지 않겠냐”며 “향후 발생하는 모든 구조조정 과정에는 혈세 투입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에서는 두 회사를 합병시키는 방안이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9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경제 손실이 17조원에 이른다”며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면 국제해운시장에서 입지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주협회와의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 및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채권단 및 정부는 당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시나리오를 ‘두 회사가 정상화됐을 경우 어느 한 곳도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논의했었다. 하지만 수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보유 선박 및 각종 자산을 잃게 된다. 기업가치가 사실상 없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현대상선도 겨우 부채비율을 낮췄을 뿐이지, 해운업 시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고 영업력이 회복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한진해운이라는 큰 덩어리를 품에 안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국적 선사 1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법정관리 가능성을 봐야 하는 것은 스스로 정상화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고 부실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관련기사한진해운, 다음주 법정관리 신청할 듯(종합)<201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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