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리스'로 불렸던 한국인 마약여왕

정주원 입력 2016. 8. 30. 04:04 수정 2016. 8. 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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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싸여있던 41세 女 국내 필로폰공급 '큰손'韓美 수사당국 1년동안 추적 끝에 LA서 체포
"모바일 메신저에서 '아이리스'와 채팅한 뒤 마약이 배달됐어요."

지난해 6월 시가 600만여 원어치의 필로폰을 매수한 혐의로 구속된 H씨의 입에서 또 '아이리스'라는 인물이 언급됐다. 아이리스는 이미 마약사범들에게서 여러 차례 '해외에 거주하는 공급책'으로 거론됐던 베일 속의 인물. 앞서 지난해 2월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은 여성 K씨도 아이리스에게서 마약류인 '엑스터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아이리스가 관여된 마약사건으로 정식 판결을 받은 건만 해도 4건으로 최소 1000여 회 투약 분량이다. 이 밖에도 아이리스는 수많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여겨지며 검찰과 국내 마약상 사이에서 '큰손' '마약여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통상 필로폰 1g당 소매가는 30만원, 도매가가 10만~2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아이리스는 20만원 이하 가격으로 공급해 중간 도매상 이상 역할로 보인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구속 기소된 국내 유통책 이 모씨(50)도 아이리스에게서 마약을 공급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교수·주부·조폭 등에게 200여 차례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아이리스가 인터넷과 채팅 앱, 국제특송 등을 이용해 국내로 보낸 마약이 최소 수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그를 추적해 왔다. 아이리스는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해왔다. 우편물 발송지가 미국, 중국, 홍콩으로 제각각인 데다 적발된 이들이 아이리스와 대면한 적도 없었던 탓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리스는 온라인상에서 마약 유통책과 구매자를 모집했지만 해외에 있는 서버를 이용한 채팅앱을 활용해 신분 추적이 어려웠다.

국내 공급책도 마약을 주민센터 무인 물품보관함으로 배송해 놓고 찾아가게 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써서 도통 오리무중이었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약 거래는 대화 기록이 남지 않아 판매자와 공급책을 한꺼번에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공급책이 해외에 있는 경우는 사법권이 미치지 않아 추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내 마약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책을 검거하기가 어렵다"며 "해외 마약상은 통상 거래량이 많아 국내 유통망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밀에 싸여 있던 아이리스가 한·미 수사기관의 공조로 지난 6월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가 1년여에 걸친 추적 끝에 아이리스를 한국인 J씨(41·여)로 특정한 뒤 미국 마약단속국(DEA)·강제추방국(ERO) 등과 함께 올린 개가였다. 검찰은 최근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청구 등의 공식 절차를 밟고 있어 아이리스는 이르면 9월께 국내로 들어와 본격적인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아이리스가 송환된 후 활동 조직과 현지 공급처가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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