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업 10년.. 알아갈수록 두려워요"

박돈규 기자 입력 2016. 8. 30. 03:07 수정 2016. 8. 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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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 기념 콘서트 열고 앨범 발매, 조승우와 호흡.. 오랜 꿈 이뤄 아이돌 출신 후배들 轉業 모델 "핑클 시절 노래 들으면 창피해"

인생은 길고 아이돌은 짧다. 1990년대 최고의 걸 그룹 '핑클'에서 리드 보컬을 맡았던 옥주현(36)은 전업(轉業) 성공기의 표본으로 꼽힌다.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올 초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이달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 'Vokal'을 출시했다. 앨범은 하루 만에 품절됐다.

"사람도 알아갈수록 무서워지는 게 있잖아요. 뮤지컬 무대로 건너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알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요. 배우가 극장에서 전혀 모르는 관객과 인생의 어느 한순간을 공유하잖아요. 그런 고마움과 두려움이 있어요."

요즘 '스위니 토드'(10월 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 출연 중인 옥주현은 "편안해지기는커녕 더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영국 런던, 이발사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복수극을 따라가는 이 뮤지컬은 조승우·양준모, 옥주현·전미도가 남녀 주인공을 번갈아 맡는다. 인육(人肉)을 먹고 피가 흥건한 스릴러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옥주현은 "전부터 (조)승우 오빠랑 호흡을 맞추고 싶었는데 '넌 (키가) 너무 커'라는 농담만 들었다"며 "이번 뮤지컬은 오랜 꿈을 이뤄준 작품"이라고 했다.

―조승우와는 1980년생 동갑인데.

"좀 복잡하다. 승우 오빠가 79년생들과 학교를 다녔다. 그동안 오빠라고 불렀는데 나보다 생일이 늦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겪어보니 어떻던가. 조승우보다 잘하는 것이라면?

"연습하면서 내가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오빠보다 부족한 게 많아 바짝 긴장했다. 한 무대에 서 보니 그는 1등이 아니더라. 특등이었다. 내가 나은 건 힘이 더 세다는 것밖에 없다(웃음)."

―러빗 부인은 중년이고 입이 걸쭉하다.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은 어땠는지.

"거친 말투가 많은데 즐기려고 했다. 전형적인 아줌마가 아니고 상상할 부분이 많아 좋았다. '스위니 토드' 음악은 구성 자체가 특이하다. 누군가 어떤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그걸 바라보는 각자의 생각을 들려주는 식이다. 돈을 세고 있는데 옆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느낌이랄까."

―무대는 거의 비어 있고 온통 흰색이다.

"마치 내 꿈속에서 남의 꿈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이다. 배경은 뿌옇고 인물이 두드러져 보여서 좋다."

―조승우·양준모는 어떻게 다른가?

"준모는 성악을 전공해서 소리적인 해석이 배울 게 많다.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섬세한 배우다. 공연이 끝나면 내 손등에 뽀뽀를 해준다. 승우 오빠는 귀여운 매력이 넘친다."

―아이돌 출신 후배들에게는 고마운 선배로 꼽힌다. 전업해서 뮤지컬 한 우물을 10년 넘게 팠는데.

"낯선 세상을 여행할 때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다르다. 아이돌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길이 너무 막막해 보일 텐데 내가 가이드를 해준 정도다. 뮤지컬은 가수로 활동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더 드라마틱한 데다 표현하는 세계도 넓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음을 내야 하고 습한 날에는 관악기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등 신경 쓸 게 훨씬 많다. 매일 줄타기를 하는 심정이다."

―핑클 시절 노래도 다시 듣나?

"가끔 라디오로 듣게 되는데 창피하다. 너무 못 불러서(웃음). 노래방에서 노래 잘하는 수준의 실력이었다. 언젠가 다시 뭉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콘서트를 할 때 혼자 부르니까 허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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