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가습기 살균제 '뒷북 청문회'..왜 늦었나

오대영 2016. 8. 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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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로 첫 사망자가 나온지 5년이 지나서야 국회 청문회가 오늘(29일)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는데. 그리고 이건 2013년 7월 12일 '가습기 공청회' 장면입니다. 3년 전 여야는 합의를 통해 피해자 구제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청회는 결국 반쪽으로 끝났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됐는지, 왜 지금 와서 뒷북 청문회를 열게 된 것인지… 만일 이때 제대로 됐었다면 더 많은 피해자는 안 나올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새롭게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팩트체크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그러니까 3년 전 분명 기회가 있었다, 그런 얘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공청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법률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살균제 피해자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서명까지 했고, 그날 2시 27분에 회의까지 열렸습니다.

그런데, 야당은 참석했는데 새누리당은 보시다시피 한 명을 빼고는 전원 불참했습니다.

[앵커]

상임위 위원들이 단체로 안 나왔다면, 당 차원에서 결정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그날 국회 회의록을 봐야 하는데요. 새누리당의 유일하게 나온 김상민 의원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 귀태의 후손'이라는 발언을…토대로 이후의 국회 일정이 전부 스톱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전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이 반쪽 공청회의 원인이었다, 이 얘기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 시끄러웠던 '귀태' 발언 사건. 결국 되돌아보면 그것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까지도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물론 그 발언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당시 NLL 대화록 유출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여야가 충돌하던 시기였는데, 이 발언이 '가습기 공청회'에도 영향을 주고 다른 곳에도 영향을 주긴 줬다, 이런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홍 의원의 발언이 이 공청회를 사실상 무산시킨 것, 맞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홍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요, 새누리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회 일정을 모두 취소해버립니다.

청와대 기자회견 30분 뒤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2013년 7월 12일 : 2시로 예정돼 있는 가습기 청문회는 잠정 중단을 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모처럼 여야 합의로 만든 기회가 물거품이 됐습니다, 3년 전에. 그날 공청회가 잘 진행됐더라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까요?

[기자]

그날 안건으로 '특별법' 등 총 4개의 법안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논의했는데요.

어떤 내용이냐면, 국회에 '대책특위'를 만들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고 환경부 산하에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를 떠나서 논의가 활발히 됐으면 좀더 일찍 경각심을 키울 수 있지 않았겠냐는 건, 여야 공히 인정하는 바이고요.

특히 지금까지 3년간 국회에서 공회전하는 일은 막았을 거라는 것이 제가 취재한 당시 담당 위원들의 답변입니다.

[앵커]

물론 '귀태' 발언이 적절한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죠, 그 당시에 그 발언을 한 홍익표 의원은 비난도 많이 받기도 했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이런 다른 중요한 일까지 다 집어치울 정도의 일이었느냐, 그에 대한 평가는 달리 나와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보고요. 아직도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2013년 7월 12일 이후 이 논의는 완전히 뒤로 밀렸습니다. 대신 여야는 NLL대화록 유출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세게 충돌했습니다.

물론 당시 회의 기록을 보면 새누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의지가 없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여야가 쟁점에 가려져서 이걸 뒤로 미룬 건데요.

그사이 국회는 19대에서 20대로 옷을 갈아 입었고, 위원회 구성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뤘던 여야 의원들은 지금 다른 상임위로 옮겼거나 의원직에서 물러난 상황입니다.

2013년에 활동했던 위원이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앵커]

위원들이 싹 바뀌었으니 연속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네요?

[기자]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아쉬운 대목이 숫자로 드러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의 숫자인데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신고는 361명이었는데요. 2014년에 잠시 감소했다가 2015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6년 8월 15일까지 2979명.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올해 돼서야 많은 국민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뒤늦게 자신의 피해 가능성을 깨닫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의 숫자가 이렇게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물론 '신청자'니 피해가 판명된 사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허수가 있을 수도 있죠. 그럼에도 정말 많이 늘었다는 건 눈으로 봐도 알겠군요?

[기자]

네, 이 그래프를 보여드린 이유가 추세를 쭉 한번 확인해보시기 위한 용도이고요.

결국, 3년 전에 이게 자세히 알려졌다면 피해는 훨씬 적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대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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