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장 커 '법정관리가 원칙' 고수 힘들어..당국·채권단 '長考

조민규 기자 2016. 8. 29. 18: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지원했다 '제2 대우조선' 비난 쏟아질까 우려도, "모든 시나리오 검토중" 자율협약 마감일까지 결정 미뤄, 민간기업 통해 유동성 일부 수혈 '제3카드' 가능성도
한진해운이 다음 달 4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가운데 이번주 법정관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권욱기자

한진해운을 기업 구조조정 관점에서만 본다면 ‘회생불가’ 수준이다. 당장 1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던 부족자금은 현재와 같은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 2조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진해운 자체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돈은 4,000억원선에 불과하다. ‘부족자금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에 따르면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기업 측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과 관련해 구조조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추가 지원을 할 경우 ‘대마불사’ ‘혈세 퍼주기’ 등의 비판이 제기되겠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종사자 수나 연관업체 측면에서 보면 조선사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파급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최근에는 1조2,000억원의 회사채 대란도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법정관리에 보냈다가 수년 후 해운업황이 살아나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정무적 판단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에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 안보나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전언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눈 딱 감고 “살려라”라고 할 수도 없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두고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자칫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을 결정하면 ‘제2의 대우조선’을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한 판단은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은 최근 한진해운에 “선주들과 해외 금융회사들로부터 채권단이 지원하면 최종 사인한다는 문구를 넣은 합의서라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약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결정한다면 일종의 명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이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경영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결국 해외 선주들과 금융회사들만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제3의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산은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선택을 하는 대신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유동성의 일부를 민간기업으로부터 수혈받는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피하고 경영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8,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혈세 지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부실지원 논란을 감안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동성 8,0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글로벌 기업이 투자형식으로 지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시에 향후 받은 투자금을 출자전환하면 자연스럽게 정상화된 한진해운의 경영을 우량 민간 기업에 넘길 수 있다. 민간 기업은 현재 한진해운의 몸값은 매우 낮아진 시기라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눈독을 들일 만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으로 미주노선까지 선두로 올라 세계 해운시장을 제패하려는 머스크의 자본투입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완료된 현대상선의 글로벌 해운동맹 2M(머스크·MSC) 가입 당시 머스크가 미주노선 강화를 위해 현대상선을 받았다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지난해 말 기준 머스크의 아시아-미주 노선 점유율 2위(9.03%), 한진해운 3위(7.39%)다. 만약 머스크가 지분투자를 통해 한진해운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아시아-미주노선 점유율은 (16.42%)로 1위인 대만의 에버그린(10.19%)을 압도하게 된다. 머스크 외에도 현대차 계열의 현대글로비스도 지원설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안 보내는 대신 혈세를 투입하려면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상화만 보장된다면 전 세계 74개국, 350개 항만의 네트워크가 있는 한진해운에 대한 지분투자를 고려할 기업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규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