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성 상실했다"..분열로 몰락하는 전교조

문일호 2016. 8. 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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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투쟁 일변도 반발 前집행부 주축 100명 새 노조 설립 추진법외노조 후 조직원 뚝..27년만에 존폐 기로"촌지근절 같은 학교자정운동 '초심' 찾아야"
사실상 불법단체로 전락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 27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는 등 사면초가에 몰렸다. 법원으로부터 법외노조화 판결을 받은 이후 조합원 수가 급감한 데 이어 본격적인 내부 권력 투쟁까지 나오면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29일 전교조 지도부 출신 조합원들 모임인 '교육노동운동 재편모임'은 성명을 내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민주주의와 교육 발전에 헌신해온 전교조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우리는 오늘에 이르러 전교조가 대중성, 민주성, 진보성을 상실하며 퇴행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새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편모임은 "다양한 교원노조의 탄생과 발전, 연대가 교원 노조운동을 되살리는 길임을 확신한다"며 "전교조의 초심을 되살려 교사, 학생, 학부모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모두가 성공하는 교육을 이뤄내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편모임은 김은형 전교조 전 수석 부위원장, 이용관 전교조 전 정책실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 회원 약 100명을 모집했다. 회원 중 70∼80%는 기존 전교조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연내에 '서울교사노조'(가칭)라는 이름의 서울 지역 교원노조를 출범시킨 후 전국 노조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편모임은 전교조의 기존 운동 방식으로 인해 조합원 수가 꾸준히 줄고 있고 교사 호응과 국민 지지도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내부에서 현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고 이 같은 공식적 분열 움직임을 보인 것은 1989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분열엔 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 10명, 즉 교사 신분이 아닌 자를 노조원으로 두는 것은 교원노조법에 어긋난다며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고, 이후 이어진 소송 과정에서도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올해 1월 열린 2심 소송에서 패소한 전교조는 대법원에 상고하고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전교조의 분열은 2013년 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직후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이 조직은 강경파인 교찾사 계열과 상대적 온건파인 참실련으로 구분된다. 변성호 현 위원장을 비롯해 교찾사 계열은 현행법과 관련 없이 해직 교사 10명을 노조원으로 고수하겠다는 방침이고, 참실련은 "10명을 구하려고 전체를 포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한 전교조 가입 교사는 "강경 투쟁 일변도로 전교조가 학교 안팎에서 지지를 못 얻고 있는데 현 집행부는 과거의 이념 투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한때 9만4000여 명에 달하던 전교조 조합원 수는 이 같은 내부 부침을 겪으며 작년 4만9000명 선까지 급감했다.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27일 전교조가 새 규약을 만들어 이를 통과시키면서 결국 공식적 분열로 이어졌다.

이날 전교조 전국 대의원대회에선 집행부가 "조직 분열 행위를 불허한다"고 공언하고 '다른 노조에 가입하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다'는 규약을 신설했다.

재편모임 관계자는 "이런 중요한 규약 규정 문제를 조합원 의견 수렴도 없이 기습·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재편모임 관계자는 "전교조가 1989년 교사 1515명의 해직을 감수하며 지켜온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을 전교조 집행부 스스로 유린했다"며 "이번 규약 개정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독재기구로 전락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내부에선 이를 계기로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교육'을 기치로 건 전교조는 발족 초기인 1989~1990년 촌지 없애기 등 학교 자정운동을 펼쳐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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