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지방권력> 피로 지장 찍으면서까지..지방의회 의장 선거 난장판(종합)

입력 2016. 8.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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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감시 밖 '그들만의 선거'..노골적 매표까지 권한 막강·단체장 진출 유리 인식..'교황식 선출' 개선하고 공천 폐지해야
경남 의령군의회 의장단 나눠 먹기 '혈서 각서'.

선관위 감시 밖 '그들만의 선거'…노골적 매표까지

권한 막강·단체장 진출 유리 인식…'교황식 선출' 개선하고 공천 폐지해야

<※ 편집자 주 = 풀뿌리 민주주의의 양 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입니다. 어느 한쪽만 삐걱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지방자치 초기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민선 6기 2년 동안 전국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자치단체장의 상당수가 비리 등에 연루돼 줄줄이 '낙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지방의원의 일탈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총체적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방권력'으로 변질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이런 문제점을 조명하고 지방권력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안 등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 기사를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2억원을 보상해야 한다."

지난달 4일 경남 의령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후보로 나섰다가 1표 차로 낙선한 손태영(56) 의원이 의장단 선거 직후 한 폭탄 발언이다. 그의 발언으로 의회는 발칵 뒤집혔다.

손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는 의원 6명이 '밀어주기를 혈서지장으로 각서한다'고 적혀 있다.

이 '혈서 각서'는 2014년 7월 전반기 의장단 선출 당시 의원 6명이 만든 것이다. 당시 군의원은 모두 10명이다.

과반이 넘는 이들이 의장 자리를 밀어주면서 서로 나눠 먹겠다는 속셈이었다.

인구 3만명도 안되는 미니 자치단체 의회 의원끼리 약속을 어기면 물기로 한 돈이 무려 2억원이다.

의회 폭탄 발언이 알려지자 군민들은 "의장 자리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엄청난 돈을 걸고 피로 지장을 찍은 각서까지 만드냐"며 혀를 내둘렀다.

지역 시민단체인 의령진보연합부터 이장단연합회까지 나서 의회를 맹비난하자 의원 9명이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남 창녕군의회와 김해시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동료 의원에게 지지를 당부하며 돈을 뿌린 혐의로 손태환 군의장과 김명식 시의장이 구속됐다.

창녕군의회에 대한 수사는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동료의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새누리당 이기호 의원이 "박재홍 부의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며 검찰에 돈 봉투를 들고 가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고개 숙인 창녕군의원들

동료 의원에게 돈을 건넨 박 부의장은 구속됐다.

김해시의회의 추문은 새누리당 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던 의원 2명이 시의회 사무실에서 돈 문제로 다투다 들통났다.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며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인 부산 사상구의회는 지난해 구의장 보궐 선거 때 동료의원 간 뇌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뇌물을 주고받은 의원 6명을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도 성남시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 간 의장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소송에 이어 형사 고소 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남시의회 더민주협의회는 2014년 7월 7대 전반기 의장선출 과정에서도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의장 선임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가 취하했다.

광주 남구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감투싸움을 벌이며 의장단 선출 투표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다 폐회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남 일부 시·군의회 의장단 선거가 '뒷돈 거래 의혹'을 받고 있어 개탄스럽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방의회 의장선거를 둘러싼 의혹과 불법·탈법은 비단 이번에 특정 지역에만 있는 일이 아니라 관례처럼 일상화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 의장 권한·혜택 막강…"죽기 살기로 매달려"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장 자리에 혈안인 것은 그 권한과 혜택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의사 정리권, 질서유지권, 의회사무 처리와 지휘·감독권, 단체장과 공무원 출석요구 등 엄청난 권한을 가진다.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인사에 공공연하게 개입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 등 인허가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청탁과 압력을 넣기도 한다.

의장은 광역·기초단체장과 함께 대외적으로 나란히 또는 두 번째 서열로 공식 의전을 받는다.

의장은 비서와 별정직 직원을 둘 수 있고 전용 사무실과 관용차를 받는다.

의정비(월급)와는 별도로 업무추진비도 받는다.

광역의회인 서울시·경기도의회 의장은 매월 530만원 씩 연간 6천360만원까지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나머지 시·도 의장은 매월 420만원 씩 연간 5천40만원이다.

부의장은 연간 2천520만원, 상임위원장은 연간 1천560만원까지 받는다.

기초의회 의장에게도 매월 240만원 씩 연간 3천120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지원된다.

부의장은 연간 1천512만원, 상임위원장은 연간 1천32만원까지 주민이 낸 세금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한다.

의장단 선거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혼탁해진다.

전반기엔 서로 안면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후반기엔 전반기 의장단이 후반기에도 자리를 계속 맡으려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검은 돈거래가 이뤄진 의회를 보면 대부분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까지 의장직을 놓지 않으려고 과욕을 부린 경우다.

평의원들도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급'이 다른 의장단이 돼 보려고 안달을 한다. 경쟁이 불법 뒷거래로 변질하곤 한다.

여기에다 후반기 의장을 맡으면 다음 선거에 단체장 공천을 받거나 선거 출마 시 유리하다. 사생결단식으로 의장 감투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다는 분석도 많다.

지방권력의 한 축으로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할 지방의회의 수장이 지역 토호세력의 권력 차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는 의장 권한이 막강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지방의원은 "의장직에 한번 앉으면 그 막강한 권한과 혜택에 빠져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의장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의장에 출마하려면 의원들에게 지지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렸다"며 "원 구성상 특정 정당 출신이 다수를 차지할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고 전했다.

◇ 의원끼리 '속닥속닥 선거' 개선 여론…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해야

지방의회 의장선거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포함되지 않아 선거관리위원회 감독을 받지 않는다.

선관위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그들만의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무기명 투표인 의장선거 방식은 문제점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 지 오래다.

현재 의장단 선거 방식을 근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유묵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입후보 등록제와 함께 토론과 검증 작업 등 선거운동에 대한 규칙을 마련하는 등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대 행정학과 송광태 교수는 "매표행위 등 부정한 선거를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과 함께 의원들의 자질이 향상돼야 한다"며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이 능력보다는 말 잘 듣고 경제력이 있는 사람을 지방의원으로 천거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주민들을 위한 지방자치를 바르게 실현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방의원 정당 공천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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