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여년 수의계약 독점 특혜..'조달청 낙하산'이 쥐락펴락

2016. 8. 2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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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달청, 국무조정실 특혜 근절 나섰지만 2년째 요원
“조달청은 수백억원대 수의계약…조우회는 조달청 퇴직자 받고”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지난 5월 국무조정실의 ‘정부기관 행정사무 민간위탁 실태 조사’에서 조달청과 조달청 퇴직자 친목단체인 조우회의 유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걱정한 조우회 한 임원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는데 어쩔 거냐고 조우회 간부에게 물으니까 이렇게 답하더라”고 했다.

올해로 창립 33년째인 조우회가 국무조정실은 물론, 관리·감독기관이자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인 조달청의 감사 시정 요구를 2년 넘게 무력화하고 있는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조달청 퇴직자들의 친목단체인 조우회가 조달청과 독점 수의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 중인 인천 중구 신흥동 국가비축물자 보관기지 전경.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조피아’가 뭐기에 조우회 임원은 회장 1명과 부회장 7명, 이사장과 13명의 이사로 이뤄진다. 대부분 비상근 명예직인 반면, 직전 조달청 퇴직자인 상근 임원 3명이 전권을 쥐고 있다. 법률상 대표인 이사장과 인천사업본부장, 서울 강남의 조우회관을 관리하는 총괄이사다. 이들은 한 해 36억원(지난해 기준)의 조우회 사업을 책임진다.

현직 권아무개 이사장은 직전 인천지방조달청장(부이사관급)이었고, 총괄이사와 인천사업본부장은 직전 조달청 과장(서기관급) 출신이다. 이들의 임기는 2~3년으로, 1983년 설립 이후 조달청 퇴직 간부 50~60여명이 이 자리를 거쳐 갔다.

세월호 참사 뒤인 2015년 3월 정부는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며 업무 유관기관 취업 금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관피아 방지법’을 시행했지만, 조우회는 대상이 아니다.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이다. 조달청 퇴직 간부 누구나 이곳에 재취업할 수 있다.

이들 상근 임원은 조우회 정관상 총회에서 뽑는다. 하지만 총회는 형식일 뿐 ‘조달청 낙점 인사’가 온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조달청이 국가비축물자 보관 사업을 주는데 퇴직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우회 고위 임원은 “(조달청) 퇴직자를 먹여 살리라고 수의계약을 주고, 2~3년마다 (조달청이) 사람을 추천해 보낸다. 관피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뛴다. 조달청은 “조우회 회원이 (조우회) 주인이고 그들이 알아서 상근 임원을 뽑는다. 가장 최근 퇴직한 조달청 공무원이 (조우회에) 가는 것은 이들이 업무 능력과 전문 지식을 겸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왜 저항하나 조달청이 조우회 특별감사에 나선 2014년은 조우회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시기다. 조우회 수입은 연간 1천만원 안팎의 회비 수입을 빼면 대부분 사업 수입에 의존하는데, 경영 기반이 악화하고 특혜 시비가 제기됐다.

조달청이 조우회에 독점 수의계약으로 준 구리·니켈 등 국가비축물자 보관 사업은 인천·부산·전북 군산 등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지난해에도 16억원의 사업 실적을 올린 ‘황금알 사업’이다. 반면, 조달청 창고를 임대해 수입 농수산물을 보관하는 냉장냉동사업은 지난해 17억원의 사업 실적을 기록했으나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 현대식 시설을 갖춘 민간 창고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조우회는 여기에 서울 강남에 있는 100억원대 규모의 조우회관 임대로 연 2억7천만원 안팎의 수입을 내고 있다.

조우회 상근 임원들은 사업 수입을 통해 판공비를 제외하고 연간 1인당 5500만~7100만원씩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조우회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조달청 퇴직 간부들에게 봉급으로만 60억~100억원이 갔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과 조달청이 조우회에 요구한 개선안은 특혜 시비를 없애는 등 친목단체로서 조우회 정상화다. 현행 국가비축물자 보관 사업의 독점 수의계약을 경쟁 입찰로 바꾸고, 냉동냉장창고 사업을 없애는 대신 빌딩 임대 수입은 친목단체인 조우회 사업으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조우회 한 관계자는 “조달청이 보낸 이사가 왜 조우회 회원들의 빌딩 임대 수입까지 손을 대나. 조우회 정상화는 조달청을 퇴직하고 내려온 ‘조피아’에게는 그들의 밥그릇이 사라지는 것인 만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밀수에 절도까지 2007년과 2014년 조우회를 감사한 조달청은 민법상 비영리법인인 조우회는 공식 감사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우회가 30년 넘도록 수백억원대 규모의 정부 사업을 독점하면서도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조우회 내부에서도 ‘사고가 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조우회 돈은 눈먼 돈이다’ 등 방만 경영과 비리에 대해 자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14일 인천지법 판결이 난 조우회 고춧가루 밀수출입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조우회 인천사업본부 냉동냉장창고에서 보세창고 직원이 민간업자와 짜고 시가 7억원어치의 고춧가루 112t을 밀수출입하려다 인천세관에 적발됐다. 조우회는 벌금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조달청 창고가 밀수 창고로 쓰인 충격은 컸다. 2006년에는 조우회 직원이 수협이 맡겨 놓은 수입 수산물 11억여원어치를 빼돌린 사실이 들통나 조우회가 전액 변상했다. 조우회 관계자는 “11억원을 빼돌려도, 밀수 사건이 나도 책임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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