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말하자" 말 흐리다.. 끝내 울어버린 신동빈

손일선,최승진,조성호,박은진 입력 2016. 8. 28. 18:02 수정 2016. 8. 2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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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사장 "할 말 없고 참담"..소진세 사장과 내내 자리지켜신격호·신동주 조문계획 없어2代째가신·혼란상황 웅변하듯 弔花위치 '左신동빈 右신격호'신총괄회장 리본 옆엔 '日롯데'

◆ 롯데 이인원 충격 / 辛회장 눈물의 조문…침통한 故이인원 빈소 표정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애통함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7분께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해 3층에 위치한 빈소로 향했다. 그는 빈소로 향하는 길에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빈소 앞에 대기 중이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나중에 말하자"고 답한 뒤 빈소 안으로 들어갔고,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임직원과 함께 이 부회장 영정 앞에서 묵념을 했다. 이후 이 부회장 아들 정훈 씨, 며느리 방근혜 씨와 인사를 나누며 신 회장은 또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조문 후 빈소에서 주요 장례위원들과 함께 앉은 신 회장은 약 1시간 동안 머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신 회장은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남색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대답을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그는 간간이 눈물 섞인 숨을 쉬기도 했다. 롯데그룹 2인자로서 검찰 수사 등의 압박감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부회장에 대한 신 회장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신 회장이 빈소에 머무는 동안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도 빈소를 찾았다. 장 상무는 조문 후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신 회장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이 부회장과 함께 롯데그룹 '핵심 3인방'으로 꼽혔던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은 이틀 내내 빈소를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 사실상 상주 역할을 했다. 황 사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본부에서 10년 같이 일했는데 뭐라 할 말이 없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마지막으로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를 받기 전날 통화했다. '수사 잘 받고 와라. 힘내라'고 하셨고,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며 마지막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 부회장의 빈소에는 이틀째인 28일까지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빈소를 찾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성품이 강직하고 올곧은 스타일의 경영인으로 자주 만나 경제 현안을 토의하곤 했다"고 회고한 뒤 "개인적으로 큰 공적을 남긴 훌륭한 인물을 잃게 돼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를 지키던 충신교회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해 "항상 모범이 됐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은 생전 충신교회에서 장로를 맡아 독실한 종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도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괄회장을 수행하고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비보를 듣고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아직까지 조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조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이 부회장의 아내는 아직 남편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이 부회장 빈소에 놓인 조화들은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위기와 혼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 영정사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조화가, 왼쪽에는 신동빈 회장의 조화가 각각 놓여 있었다. 지금은 서로 등을 돌린 부자의 조화가 이 부회장 빈소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걸어온 길과 무관치 않다.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신 총괄회장의 대표적인 복심으로 꼽혔다. 1997년부터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대표를 맡았으며, 2007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으로 신 총괄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고 신 총괄회장 측이 공개한 친필 서한에서 이 부회장이 신 회장과 함께 해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그는 신 총괄회장과 멀어지게 된다. 아버지 신격호 시대의 대표 인물이었던 이 부회장이 신 회장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또한 신 총괄회장 조화 옆에는 일본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로 조화가 서 있었다. 롯데그룹의 국부 유출 논란 등 중심에 서 있는 일본이 롯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 조성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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