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독주에 野잠룡 '헤쳐모여' 솔솔..秋 "특정후보 꽃가마 없다"

박원순·손학규·안희정 外 여권 非朴까지 아우르는 정계개편 가능성당 분열땐 文에 '양날의 劍' 될 듯..추미애, 文 대세론 선긋기 나서

◆ 더민주 추미애號 출범 ◆

추미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향후 대선 정국에서 '제3지대론'이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표 결과 추 신임 대표에 대한 친문계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내 비문계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지피고 있는 '제3지대론'에 비문계 대권 잠룡들은 물론 여권 내 비박계 대권 후보들까지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주목된다.

27일 실시된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추 대표의 총 득표율은 54.03%로 이종걸(23.89%), 김상곤 후보(22.08%)를 각각 2배 이상 앞질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추 대표에 대한 친문계의 지지세가 뚜렷했다. 친문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 투표에서 추 대표가 61.6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권리당원은 전당대회 선거인단에서 비중이 30%로 대의원(45%)보다 낮지만, 시도당 위원장 경선을 포함한 이번 전당대회 판도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야권 대선 후보군과 잇단 비공개 만남을 가진 김종인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친문계가 지도부를 장악한 더민주가 부담스러운 인사들을 제3지대로 끌어내려는 구상을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동시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제3지대론 띄우기 행보에 나서면서 새판 짜기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박 위원장은 27일 손 전 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을 직접 찾아 "새누리당은 친박, 더민주는 친문이지만 국민의당은 친박·친문도 아닌 열린 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국민의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종인·박지원·손학규 3인은 정계개편으로 세를 모으지 않으면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향후 세 사람이 함께 정계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론은 비문을 넘어 여권 내 비박계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친박 대표에 이어 친문 대표가 탄생한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라며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제3지대가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들의 소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새누리당에선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유일한 대권 카드로 몰아갈 경우 비박 진영의 후보군이 이탈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반 총장을 제외한 여권 후보군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모두 비박 성향이다.

이처럼 여야 대선후보군이 합종연횡할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친문계 일색인 이번 지도부가 문 전 대표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구축되면서 안정적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특정 계파에 의존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나아가 다른 대권주자들이 당에서 이탈할 경우 문 전 대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추 대표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특정 후보를 꽃가마에 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어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민생처방을 들고나와 설득할 때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며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도 지난 27일 전대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다.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비서실장에 초선의 신창현 의원(의왕·과천시), 수석대변인에 재선의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구을)을 임명했다. 사무총장에는 3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갑)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추미애 대표는… △1958년 대구 달성 출생 △경북여고·한양대 법학 학사 △연세대 경제학 석사 △24회 사법시험 합격 △춘천·인천지법, 광주고법 판사 △15·16·18·19·20대 국회의원 △1997년 김대중 민주당 대선후보 유세단장 △2001년 김대중 새천년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 △2016년 더민주 당 대표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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