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우상호 '투톱' 순항할까..사드 당론 첫 시험대
秋 대여강경 노선 천명 vs. 禹 전략적 유연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수장이 된 추미애 대표가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호흡'을 순조롭게 맞춰나갈지 주목된다.
8·27 이전의 김종인-우상호 '투톱 체제'는 이질적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 중도로의 외연확대를 강조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실용주의 기조에 우 원내대표는 운동권 출신임에도 유연성있게 보조를 맞춰왔고, 그 결과 당과 원내 운영에 큰 잡음이 없었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추 대표는 당의 정체성과 선명성을 앞세운 '매파 중의 매파'다. 친문(친 문재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추 대표가 대여(對與) 강경기조로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두 사람 사이에 긴장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6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노무현 캠프에서 추 대표는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우 원내대표는 상임부본부장을 맡아 함께 일했다.
이후 19대 국회 전반기에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고, 같은 시기 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이 특별히 갈등을 겪거나 대립했었던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과 현안대응을 놓고는 분명한 차이점이 느껴진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특히 정국의 최대이슈라고 할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와 관련해 당론을 정할 것이냐 마느냐를 놓고는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추 대표는 전날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경선과정 내내 강조해온 것으로, 친문·주류진영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는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권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문제 만큼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섣불리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가는 여권이 희망하는 대선 프레임에 걸려들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에서 취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가 특유의 유연성을 토대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추 대표와도 원만한 조정을 통해 당을 운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의 정치적 태생만 놓고 보면 추 대표가 오히려 우 원내대표보다 온건적인 색채가 짙다는 평가도 있다.
추 대표는 15대 대선을 앞두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중도 전문가 그룹의 한 사람으로 정계에 영입됐다면, 우상호 원내대표는 1987년 6월 항쟁의 한 복판에 있었던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그룹'의 선두주자라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선명성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국익을 지키고 민생을 살리는데 뚜렷하고 단호하게 임하고, '민생 살아날 숨구멍이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28일 통화에서 "정치적인 전술을 어떻게 구사하느냐는 정무적인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사드 당론 논의와 관련해선 "지도부가 제안한다면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대화를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문진영 특유의 강한 정체성에다 대선국면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투톱의 순항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해보인다. 당의 노선을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조정기'를 거치는게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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