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북파공작원 출신 자전거 기부천사 별세

최희석 기자
입력 : 
2016-08-28 16:12:48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고물 자전거를 수리해 저소득층에 기증해온 북파공작원 출신 ‘자전거 천사’가 21일 숨져 하늘로 돌아간 사실이 알려졌다. 주인공은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서울 중구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고(故) 설동춘씨다. 설씨는 스무살 때 군에 입대했는데, 강원도 지역에서 죽을 만큼 힘든 훈련을 견디고 북한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1976년 제대한 이후로는 마땅한 직장을 잡을 수가 없는 채로 근근이 살아야 했다. 그래도 애국심과 공동체에 봉사하는 마음은 잊지 않았다. 중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설씨는 특수임무유공자회 중구지회를 만들고 지회장도 지냈다. 설씨는 전우들과 함께 봉사와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는 등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7년 전부터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자전거를 고쳐서 저소득층에 나눠주자는 생각을 했다.

중구에 따르면 이렇게 설씨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자전거가 벌써 2000대가 넘었다. 그동안 설씨는 고물을 수집해다 팔아 고장난 자전거를 고칠 부품을 마련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지난 2009년 7월 처음으로 150대이 자전거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주변의 중고등학교나 어린이집, 노인회 등에는 설씨의 ‘아저씨 표’ 자전거가 전달됐다. 서울 중구도 2010년 10월 을지로4가에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를 열어 10명의 기술자를 상주시키고 2011년부터는 예산을 지원해 고물을 모으지 않도록 도왔다.

그러던 설씨는 5년 전부터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고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올해 7월 120대를 마지막으로 전달하는 행사가 있기까지 거의 매일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로 출근했다. 설씨 주변에 따르면 그는 평소 “기증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며 “병과 싸워 다시 일어나 자전거를 수리해 이웃 주민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얘기해왔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