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벌써 20년 여전히 불타오르네 [인터뷰]

연휘선 기자 2016. 8. 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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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20년. 강산이 두 번도 바뀔 법한 이 시간에 끊임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배우가 있다. 이 정도 경력이면 관성대로 연기할 법도 한데 여전히 열정 없이는 안 된단다. '닥터스'의 홍쌤으로 활약한 배우 김래원의 이야기다.

김래원은 26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에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연출 오충환)의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같은 시각 '닥터스'의 다른 출연진은 드라마의 흥행을 기념하며 마련된 종영 기념 MT를 만끽하고 있었다. 김래원은 "배우들이 물놀이 하고 있다고 사진을 보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동시에 개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김래원은 "이런 자리도 좋다"라며 홍지홍에 대해 화면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설명하는 데에 기꺼워 했다.

김래원은 '닥터스'에서 남자 주인공 홍지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홍지홍은 배우 박신혜가 맡은 여자 주인공 유혜정의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의사 선배였고 동시에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의 대상이었다. 이에 '닥터스'는 제목처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나 동시에 유혜정과 홍지홍의 로맨스를 주 소재로 삼았다. 자연히 김래원도 로맨스에 몰입해 연기했다.

그로서는 2014년 드라마 '펀치'에서 비리의 중심에서 흑막을 폭로하는 검사로, 2015년 영화 '강남 1970'에서 성공을 위해 의리도 져버리는 조직 폭력배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뒤 오랜 만에 로맨스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래원은 "굳이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 장르를 피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저한테 흥미로운 작품들을 해왔다"고 밝혔다. 늘 로맨스 장르 드라마나 영화 작품들의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한 작품들은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김래원이 숱한 로맨스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닥터스'를 선택한 기준은 메디컬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그는 홍지홍이 의사였고 전작들에서 해보지 못한 직업이기에 선택했다.

김래원은 1997년 MBC 드라마 '나'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데뷔 햇수로만 벌써 20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정 궤도에 오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김래원은 여전히 배우로서의 성장을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의 행보에 로맨틱 코미디와 로맨스 장르가 드물었던 것과 별개로 그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나 영화 '어린 신부' 이후 로맨틱 코미디는 원래 좋아했고 애초에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맞춤형 보다는 멀리 봐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의사 홍지홍의 로맨스였기에 '닥터스'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더 프리즌' 촬영 일정으로 인해 '닥터스' 촬영 일정보다 한 달 반 가량 늦게 합류한 김래원은 빠르게 촬영장에 적응하기 위해 오충환 감독, 하명희 작가와 자주 의견을 주고 받았다. 홍지홍 특유의 '나쁜 기집애' '십 원짜리 입'과 같은 능글맞은 대사 역시 김래원과 제작진의 상의 끝에 탄생했다. 김래원은 홍지홍의 능글맞은 말투에 대해 "닭살이 돋아 어려웠다"고 표현하며 "어떻게 부드럽게 넘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오충환 감독이 먼저 능글맞은 말투를 요구했으나 시청자가 좋아한다고 특정 말투만 계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거부했다고.

이렇듯 한 회 대본에 대해서도 제작진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도로 꼼꼼하게 연기하는 김래원이었기에 촬영 여건과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김래원은 중반 이후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촬영장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스스로의 대본 숙지 방식에 대해 대사 암기를 떠나 맡은 캐릭터 입장에서 한 번, 연출자 입장에서 한 번, 주제 파악에 대해 한 번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매회 대본을 정독하는 타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제작이 아닌 '닥터스'의 여건 상 후반부에는 미리 대본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그만큼 김래원에게 대본을 정독할 시간도 짧아졌다. 이에 김래원은 "후반부에는 감독님한테 '방송 봤다. 내가 연기를 잘못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어느 회부터인가 홍지홍이 무거워졌다"고 고백했다. 일례로 그는 후반부 유혜정이 고민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홍지홍의 감정선은 조금 밝아도 됐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들었다. 또한 "저 스스로 무거워졌다. 드라마는 한 회가 바뀌면 감정이 조금 튀어도 시청자가 인식을 못하기도 하는데 제가 너무 긴 한 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래원만의 캐릭터 해석이 정확하게 통한 경우도 있었다. 바로 '닥터스' 4회에 등장한 홍지홍과 유혜정의 재회 장면이었다. 해당 장면에서 홍지홍은 13년 만에 재회한 유혜정에게 "결혼했니? 애인 있어?"라고 물으며 여성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래원은 "원래 대본은 그렇지 않았다"며 "대사 순서와 분위기도 제가 조금 바꿨다"고 밝혔다. 원래 대본 상 해당 장면의 홍지홍은 13년 만에 만난 만큼 말을 더듬기도 하고 부끄러워 했는데 김래원이 '상남자' 설정을 주장했던 것. 이에 김래원은 "그 덕분에 장면이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3년의 세월을 다룬 만큼 홍지홍 역시 극중 20대부터 40대를 넘나들었다. 이에 김래원 역시 홍지홍의 연령대에 맞춰 다른 분위기와 기운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 특히 그는 극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20대 인턴 의사 홍지홍의 장면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김래원은 개인적으로 인턴 홍지홍의 장면에 애착을 표했고 "풋풋한 연기에 집중해서 노력했다"며 "전날 밤부터 예쁜 생각을 하고 어린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바쁘게 뛰어가는 인턴 홍지홍의 걸음걸이 조차 어리게 보여주고자 했던 김래원의 노력이었다.

과거를 넘나든 캐릭터에 맞춰 김래원의 연기도 변모했고 그 결과 '닥터스'의 홍지홍은 김래원의 회춘을 보여준다는 호평이 지배적이었다. '옥탑방 고양이'로 스타덤에 올랐던 김래원의 전성기가 드러난 덕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래원은 "그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개인기 한다고 상황도 모르고 했다"고 부끄러움을 표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만큼 같은 로맨스 장르여도 김래원의 연기에 대한 마인드는 큰 차이가 있었다. 김래원은 "그 때는 재미 있게 보이기 위해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재미 있는 연기를 하면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김래원은 오충환 감독과 충분한 상의 끝에 어리게 보여야 할 부분과 성숙한 감정을 보여야 할 장면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13년 전 스타덤에 올라 회춘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김래원은 슬럼프도 겪었다. 배우로서 인생의 일부인 연기로 인해 더 중요한 삶이 조종 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는 힘든 시간에 대해서도 "결국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정의했다. 그만큼 연기 자체에 대한 열정도 다시금 샘솟고 있었다. '닥터스'의 홍쌤으로 사랑 받았음에도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터널'을 보며 완벽한 원맨쇼 연기 욕심을 불태우는 그다. 20년을 한결같이 불태우는 연기 열정이 또 어떤 작품에서 폭발할지 지켜볼 일이다.

"열정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연기가 점점 더 재미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어떤 장면들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니까요. (웃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베이스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센 연기도 하고요. '닥터스' 덕에 많이들 찾아주셔서 즐겁습니다. 계속 그럴 수 있게 노력해야죠"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김래원 | 닥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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