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키워드]미국판 '일베', 알트라이트 그리고 트럼프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6. 8.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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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알트라이트(alt-right)’가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이들과 연관시키면서다. 알트라이트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에 기반한 온라인 보수세력으로, 스스로를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라 부른데서 유래했다.

클린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리오 유세에서 트럼프에 대해 “우리가 아는 보수주의가 아니다. 반무슬림, 반이민, 반여성, 이 모든 원칙들이 알트라이트로 알려진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의 구성 요소들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알트라이트에 비유한 것이다.

알트라이트는 2010년 백인 민족주의자를 자처한 리처드 스펜서가 ‘대안 우파’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젊은 백인우월주의자들로,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파한다. 미국판 ‘일베(일간베스트)’라 할 수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알트라이트들을 뭉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다문화와 이민, 페미니즘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고려 때문에 불법이민자 추방 등을 원하는 속마음을 감추지는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알트라이트는 백인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극우파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반유대적이고 심지어 보수주의의 뿌리인 자유경제에 회의적”이라는 점을 들면서 “이 때문에 민주당보다 공화당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알트라이트를 잇는 핵심 고리는 선거본부장 스티브 배넌이다. 배넌은 자신이 일했던 극우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를 “알트라이트의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이 매체의 칼럼니스트 앨럼 보크하리와 마일로 이나폴리스는 알트라이트의 지도자를 자처한다. 버지니아대 니콜 해머 교수는 NPR에 “트럼프는 브레이트바트를 선거운동의 중심에 두면서 알트라이트를 띄웠다”면서 “알트라이트는 트럼프를 자신들의 생각을 전파할 좋은 통로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아무도 그게 뭔지 모른다”면서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실제 그가 알트라이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정황도 속속 관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알트라이트의 아이템을 최소 5번 이상 트위터에서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클린턴을 비판하며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른 육각별 모양의 ‘다윗의 별’도 알트라이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알트라이트의 반유대주의, 반이스라엘 감정이 표출된 것이다.

클린턴은 알트라이트를 언급함으로써 트럼프를 인종주의자로 낙인찍었지만, 온라인 한 귀퉁이에서 활동하던 그들의 존재감을 오히려 키워준 면도 적지 않다.

NBC뉴스는 클린턴의 언급 후 알트라이트가 구글 인기검색어가 됐다면서 “대선 캠페인이 알트라이트를 그늘에서 꺼내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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