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제트스키 '부아앙'..지느러미 잘린 돌고래의 비명

임태우 기자 2016. 8.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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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분 좋을 때 "하하하" 웃죠.

그럼 돌고래는요? 물 위로 껑충 뛰어오르거나 꼬리를 좌우로 흔듭니다.

제주 성산 앞바다에 사는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가 최근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죠. 

제트스키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들은 돌고래들이 자신을 반기는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돌고래들은 화났거나 놀랐을 때도 똑같은 행동을 취합니다.
단지 먹이를 찾으러 나왔을 뿐인데, 사람들이 접근해 와서 새끼들이 다칠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심지어 각종 해양 기구의 스크루에 돌고래 지느러미가 잘려나가기도 합니다.

SBS 취재진은 야생 돌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로부터 남방큰돌고래들이 겪는 수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남방큰돌고래들이 해양레저 스포츠 이용객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요?

▶김병엽 교수: 네, 그렇습니다. 남방큰돌고래들이 먹이를 찾아 출몰하는 장소가 하필 관광객들이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해양스포츠를 즐기다가 수족관에서나 봤을 법한 돌고래 무리를 실제로 보니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돌고래들은 먹이를 찾거나 새끼를 데리고 다닐 때 무리 지어 활동하거든요. 사람들이 이런 돌고래 무리를 보고 그냥 지켜만 보면 되는 데, 신기한 나머지 따라가거나 만지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무엇보다 모터보트를 타고 돌고래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죠?

▶김병엽 교수: 사람들이 제트스키나 모터보트를 타고 쫓아오니까 돌고래들이 놀라 혼비백산 도망치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습니다. 돌고래마다 공통으로 지느러미에 상처가 있죠. 사진에서 보다시피 표면 살갗이 벗겨진 작은 상처에서부터심하면 지느러미 일부가 잘려나갔습니다. 대부분 모터보트에 달린 스크루에 지느러미가 끼이거나 잘린 것입니다. 선박에 치여 다치기도 합니다. 돌고래들은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는데, 이런 선박의 빠른 속도 때문에 미처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죠. 맨눈으로 발견된 상처는 이 정도지만 다른 곳에도 상처가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양스포츠 업체가 이용객들에게 돌고래 보호를 주의시키지 않나요?

▶김병엽 교수: 하는 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잘 안 하죠. 국내에는 돌고래 보호에 대한 법적 장치가 없거든요. 남방큰돌고래는 국제 보호종이지만 국내에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아직 없어요. 외국처럼 가이드라인이나 법적인 장치가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돌고래 보호의 필요성까지는 잘 못 느끼죠.

 
외국은 야생 돌고래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나요?

▶김병엽 교수: 법으로 야생 돌고래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돌고래 관광이 활발한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돌고래 관찰이나 접근 방법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하죠. 가령 돌고래와 50m 이내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관찰 시간은 30분 내외로 제한합니다. 자칫 잘못된 행동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나 부상, 번식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특히 먹이 주는 행동은 사냥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돌고래의 야생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엄격히 금지합니다.
먹이 제공까지 금지되는 줄은 몰랐네요. 일반인들이 돌고래에 대해 모르고 있는 또 다른 사실이 있을까요?

▶김병엽 교수: 돌고래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이유는 먹이 활동을 위해서입니다. 개중에는 임신 중이거나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들이 있죠. 만약 사고를 당해 어미 돌고래가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개체 수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새끼 돌고래는 독립 전까지 어미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서 어미가 사망하면 무조건 따라 죽기 때문이죠. 실제로 사망한 어미 사체가 육지로 떠내려오면 새끼가 곁을 지키다가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동물인 것 같군요?

▶김병엽 교수: 스트레스에 취약한 건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죠. 하지만, 돌고래는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만큼 기억력도 좋습니다. 한번 나쁜 기억이 심어진 장소는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만약 남방큰돌고래들에게 현재 서식 중인 제주도에 대한 나쁜 기억이 심어진다면 나중에 떠나더라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타까운 일이네요. 돌고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김병엽 교수: 물론 영향은 있습니다. 다양한 생물들은 생태계를 조성하며 살아가죠. 먹이사슬이라는 질서도 존재하고요. 만약 돌고래들이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생태계가 흔들립니다. 포식 활동으로 생물이 편중되지 않게 해주던 역할이 사라질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김병엽 교수: 멸종위기종이자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들이 최근 제주도에서 번식에 성공하며 개체 수가 증가했다는 건 굉장히 값진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돌고래를 보호하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같은 자연 일부이기에 이것만으로도 지켜줘야 할 이유는 충분하죠. 해양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은 돌고래를 발견하더라도 멀리 떨어져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고, 사람들을 태우고 섬을 이동하는 선박들도 돌고래를 발견하면 속도를 좀 낮춰주는 배려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임수연)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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