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니' 일파만파 ..佛 최고법원 판결에도 계속되는 논쟁
【파리=AP/뉴시스】이수지 기자 =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부르키니 착용 금지가 잘못됐다며 이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날 인권단체가 빌뇌브루베 시의 부르키니 금지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금지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은 리비에라에 있는 빌뇌브루베 시가 내린 착용 금지에만 특정돼 이 지역 외 비슷한 조치를 내린 리비에라 휴양지 부근의 30여 곳에 법적 선례로 구속력을 가진다.
그러나 니스, 코르시카 섬 등 일부 프랑스 동남부 일부 지역은 부르키니 금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이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부르키니란?
부르키니는 이슬람 전통의상이 아니라 한 소매업체가 최근 개발한 상품이다. 10년 전 레바논 출신 호주 여성 디자이너가 호주 해변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무슬림 여성이 몸을 노출하지 않도록 수영복을 디자인한 것이 바로 부르키니이다. 부르키니는 머리, 가슴. 팔다리를 가려서 마치 모자 달린 잠수복처럼 생겼다.
부르키니란 단어는 수영복 비키니(Bikini)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이슬람 여성들이 눈을 제외한 신체 전부를 가리게 입는 의상 부르카(Burka)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부르키니를 착용한 여성이 드물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공공장소에서의 부르키니 착용을 규제하자 오히려 부르키니의 온라인 판매량이 200%가량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르키니 착용 금지 이유
프랑스에서는 지난 7월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테러에 이어 성당테러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반이슬람 감정이 크게 고조됐다.
인권단체들은 부르키니 착용과 테러는 아무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자치체 시장들은 부르키니 착용이 해변이용객의 분노와 공포를 유발해 공공질서를 훼손한다며 금지시키고 있다.
마뉘엘 발스 총리도 "부르키니는 여성의 노예화 상징이고 프랑스의 전 세계 여권 신장을 위한 노력에도 반한다"며 부르키니 착용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부르키니를 둘러싼 주된 논점은 부르키니가 프랑스의 세속주의 전통을 침해하는가 여부이다.
프랑스 헌법 제1조에는 세속주의가 명시돼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4년에도 종교적 복장 금지법안을 통과시켜 초중고 공립학교에서 무슬림 여성 스카프인 히잡을 비롯한 종교적 복장을 금지시켰다. 2011년에는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눈만 내놓는 니캅, 히잡 등의 공공장소 착용 금지법안까지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이슬람 종교에 관한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자국의 세속주의 전통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속주의를 내세워 이슬람 종교와 신도들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찰 일각에서는 부르키니 착용 금지 규제가 집행하기에 모호하고 집행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프랑스 무슬림 사회 역시 규제로 인해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찰이 니스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무슬림 여성에게 튜닉(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여성상의)을 벗으라고 명령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욱 격화되기도 했다.
▶부르키니의 정치화
부르키니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시장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우파정당 공화당 소속이다. 부르키니 착용 금지 움직임이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극우주의와 반 이슬람 의제를 반영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22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틀 뒤 연설에서 “여성을 옷으로 구속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부르키니를 전국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사르코지의 부르키니에 대한 이처럼 강경한 노선은 경쟁자인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에게 이기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4일 사르코지 연설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은 , 사르코지의 연설 내용이 르 펜의 발언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의 부르키니 반대 발언에서 보듯, 이제 부르키니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 내에서도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발스 총리와 여성부 장관은 부르키니가 여성을 억압한다며 부르키니 착용 금지를 지지하지만, 교육부 장관과 보건부 장관은 당국이 여성의 뭘 입을지 지시하지 말아야 한다며 선택의 자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 유럽 각국으로 확산되는 부르키니 논쟁
지난 25일에는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에서 프랑스의 부르키니 착용 금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에서도 주요 소매패션업체들이 부르키니를 팔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부르키니를 착용한 여성을 보기 힘들고, 이를 금지한 시정부도 아직까지는 없다. 그러나 벨기에에서 우파 정당이 부르키니를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며 공용 해변에서 부르키니가 보이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있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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