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걸 다..] '봉지값 20원'은 언제 사라졌을까

오충만 2016. 8.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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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값은 20원입니다. 넣어 드릴까요?“

”건너편 편의점은 공짜로 주던데 여기는 왜 받아요?“

자원재활용법에 1999년부터 ‘33㎡(10평)가 넘는 도소매 유통매장은 1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 들어간 이후 20원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입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편의점, 슈퍼마켓, 약국, 빵집 등도 법 적용 대상입니다. 흔쾌히 봉지값을 내는 손님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손님도 많습니다.

봉지값 20원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20원 받아서 뭐하려고 돈을 받냐”,“물건 샀는데 이걸 돈 받고 담아주냐”,“십 원짜리가 없으니 이번만 그냥 공짜로 달라”는 요구에 판매자들은 난감해 합니다.

행여 20원을 안 받았다가 ’봉파라치‘에 걸리면 점주는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법과 현실 사이에서 치이며 ’봉지값20원 법’ 이 정착하는 듯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내 ’공짜시절‘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손님과 판매자가 비닐봉지값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건 정확히 2005년 3월 10일부터입니다. 환경부는 고시로 ‘1회용품 사용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1회용 봉투·쇼핑백’을 정했습니다. 무상제공 가능 기준은 B5규격 (182mm×257mm) 또는 부피 0.5ℓ이하입니다. 그래서 이 규격보다 작은 비닐봉지는 마음 편하게 무상으로 줄 수 있게 됐습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B5규격 이하 비닐봉지 무상제공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유상판매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데, 여태껏 무상 제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매장도 많아 각 지자체의 홍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업장도 조례에 따른 정확한 규정을 관할 관청에 확인해 봐야 합니다.

이런 규제 완화 흐름 속에, 일부 매장에서는 유상으로 제공해야 할 큰 비닐봉지도 무상으로 주고 있습니다. 만약 33㎡(10평)가 넘는 매장에서 B5보다 큰 비닐봉지를 무료로 준다면 점주는 과태료 대상입니다. 가로세로 모두 규격 이하여야 하는데 작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약국 5곳은 세로 길이가 257mm 이상인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줬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았습니다.

사업장은 이런 위험을 알고도 20원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일부 손님은 20원에 불쾌해하기 때문입니다. 계산하기 직전에 봉지값을 받는다는 이유로 물건을 계산대에 그대로 놓고 간다든가, 화를 내며 항의하는 등의 에피소드는 업계에서 흔합니다. 2013년에는 손님이 봉지값 시비로 아르바이트생을 구둣발로 때리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규제가 완화된 데에는 전문신고꾼들이 포상금을 독차지하고 이들을 키우는 학원도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한 몫 했습니다. 2008년 당시 행정안전부는 “신고포상금제도 존치여부를 재검토하고 횟수제한도입 등으로 보완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습니다. 이후 속속 ‘1회용품사용규제 대상업소 신고 포상금제‘가 사라지거나 지급 기준이 강화돼 봉파라치 입지가 줄었습니다.

비닐봉지 규제가 완화된 것은 환경문제가 해결돼서가 아닙니다. 최근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서울시 기준으로 한 명이 1년에 400여 장의 비닐봉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EU회원국은 한 명당 198장인데 우리가 2배로 많습니다. 비닐봉지 생산의 결과물인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국민 1명이 9.3톤을 발생시킵니다. 이는 세계평균 4.22톤에 두 배가 넘습니다.

’봉지값20원 법’이 현실을 반영해 관대해진 지 11년째이지만 아직도 정착은 멀어 보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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