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임박 한진해운, 금융권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은행권 익스포저 1조원 "대부분 충당금 적립"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채권단에 실효성 있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출하지 못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임박하면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여신을 제공한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책·시중은행들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기관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약 1조200억원이다.
산업은행의 위험노출액이 6천660억원으로 가장 많고, KEB하나은행(890억원)·NH농협은행(850억원)·우리은행(690억원)·KB국민은행(530억원)·수출입은행(50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이 밖에 부산은행(80억원)과 수협은행(1억원) 등도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여신을 한진해운에 제공했다.
제2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은 약 1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들은 이에 대한 여신의 건전성 등급을 모두 가장 낮은 단계인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100%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게 된다.
특히 한진해운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크지 않다고 보고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 추후에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액도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대부분의 손실을 미리 반영해 둔 상황이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금융 리스크로 옮겨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익스포저가 가장 큰 산업은행의 경우 이미 한진해운 여신을 추정손실로 분류해 100% 충당금을 쌓아 둔 상태라 추가 손실이 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여신 건전성을 고정으로 분류해 절반 이상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이고, 농협은행은 회수의문으로 설정해 약 90%의 충당금을 적립해 놓았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한진해운 여신 건전성은 회수의문으로 분류돼 있고, 충당금은 100% 가까이 쌓아 놓았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500억원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놓았지만, 대한항공의 보증을 통한 영구사채이기 때문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대한항공에서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권의 여신공여액 외에 신용보증기금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약 4천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대부분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부분 충당금을 쌓아둔 상태"라며 "법정관리에 가도 금융 측면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해운의 현재 금융채무 상황이 그간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 직전까지 몰린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국책금융기관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의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2009년부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지원받은 자원이 대부분 은행권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됐다고 추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주요 은행의 한진해운 익스포저 현황
※자료: 한화투자증권, 각 은행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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