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한전 앞에 고개숙인 '乙' 영세 태양광사업자들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16. 8.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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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사업이라면서 뒤에선 폭리 취해..사업자들은 투자 위축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을 통해 홍보·유치한 태양광발전사업이 유망사업이라는 정부홍보와 달리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에만 유리한 구조로 돼있어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 불투명한 거래구조에 모든 키는 한전이

"정부가 유망사업이라 해서 뛰어들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에요. 한전이 120원에 사들이던 전기 값이 불과 1년 사이에 반 토막 나버렸으니 한전만 이득이죠."

정부는 수년간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 홍보를 통해 태양광사업자들을 유치해왔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2020년까지 12조원의 수익과 3만 명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말만 믿고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불투명한 거래구조는 물론 '한전은 갑(甲), 사업자는 을(乙)'인 탓에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

한전은 태양광사업자들에게 전기를 사들일 때 전기의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 가격과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익은 SMP 가격과 REC 가격을 합친 금액이다.

문제는 유망사업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수년 째 이 SMP 가격과 REC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일 폭염 속에 하루 최고기온은 기록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SMP는 수년 째 떨어져 한전은 사업자들로부터 헐값에 전기를 사들이고 있다.

2012년 KW당 170원 선을 보이던 SMP는 해가 갈수록 떨어져 올 6월에는 65.31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SMP 하락에 한전은 싼 값에 전기를 사들이고 있으니 한전만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정부의 정책만 믿고 친환경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적지 않은 수는 건물이나 집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한 영세 소규모 사업자들이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제이더블유엔터프라이즈 발전소는 2013년 4월 한 달 간 24.7㎾의 전력을 공급하고 한전으로부터 72만 3000여 원의 SMP 금액을 받았으나 올해 4월에는 같은 양의 전기를 공급하고도 21만 2000여 원만 받았다.

같은 양의 전기를 팔고도 수익은 1/3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제이더블유엔터프라이즈 제공)
이처럼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한 태양광사업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모두 뒤틀렸다"며 "정부가 친환경유망사업이라던 태양광사업을 확대할 계획은 꿈도 못 꾸고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다른 수입원을 통해 손실을 매워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울며 겨자먹기'로 전기 판매하는 영세 사업자들

더 큰 문제는 한전과의 불투명한 거래구조다. SMP와 함께 REC 가격도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태양광사업자들은 "REC 거래는 말 그대로 한전에만 유리한 거래 구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REC는 계약시장과 현물시장 두 곳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데 현물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전기의 가격을 매겨 매물을 등록하면 한전이나 발전사들이 선택해 사는 구조다.

태양광사업자들은 이 거래구조가 언제든 한전과 발전사들이 가격을 조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매물을 등록해도 한전과 자회사들이 사지 않고 버티면 사업자들은 판매가격을 낮춰 다음 달에 재등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한전이나 발전사가 REC를 단 한 건도 사지 않은 달 이후로는 REC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폭락했다.

한전이 단 한 건도 사지 않은 달 이후로 REC가격은 폭락했다. (사진=KPX전력거래소 제공)
2014년 1월, 1073건에 이르던 REC 거래건수는 같은 해 2월 91건으로 크게 줄더니 3월에는 단 1건의 거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업자들은 이러한 행태가 한전이 REC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REC거래가격은 2014년 1월 19만 5,571원에 이르던 것이 거래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은 3월 이후 12만 9,000원으로 폭락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REC를 사지 않으니 판매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춰서 올린 결과다.

태양광사업체를 운영하는 심정현 씨는 "은행이자 등 시설 유지비를 매달 벌어야 할 사업자들은 하는 수 없이 전기를 헐값에 팔고 있다"며 "불합리적인 거래구조에서 한전은 슈퍼 갑(甲)"이라고 말했다.

실제 REC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 8만 원 선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10만 원 선을 맴돌고 있다.

◇ 공사설계부터 가격책정까지 모두 비공개

사업자가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기 위해선 전기시설을 자신의 발전소까지 끌고 와야 하는데 이 '계통연계공사' 과정 역시 한전의 독점체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전이 전국의 계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한전의 변압기와 한전에서 설계 한 내역으로만 공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얼마이던 간에 사업자들은 한전이 제시한 공사대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에서 태양광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민간에서도 충분히 공사를 할 수 있지만 한전 주도로 공사가 이루어지다보니 2배나 비싼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발전소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어떤 곳은 1억이 넘는 공사대금을 지불한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앞서 만난 심정현 씨도 "공사자체가 한전 독점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사업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금액 산정 과정도 알 수 없다보니 공사금액이 고무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홍보로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부와 한전의 행태는 육성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불합리한 구조 속에 투자는 위축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전력계통망의 안전성을 이유로 한전에서 공사를 전담하고 있다지만 어떻게 책정되는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시공설계와 두 배가 넘는 공사비에 태양광사업자들의 반발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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