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싹쓸이' 추미애호..문재인 대세론 '양날의 검'

2016. 8.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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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 대표 추미애 친문 진영 지원 업고 압승
여성·청년위원장도 ‘친문’ 양향자·김병관
온라인 권리당원, 친문 지도부 탄생시켜
‘비문’ 후보 소외시 대선 경선흥행 빨간불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손을 들어인사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에 추미애 후보가 선출됐다. 추 후보는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54.03%(대의원 51.53%, 권리당원 61.66%, 일반국민 45.52%, 일반당원 55.15%)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 대표로 당선됐다. 추 후보와 함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종걸·김상곤 후보는 각각 23.89%, 22.08%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추 후보는 당선 소감을 통해 “분열·패배주의·낡은정치와 결별하고 강한 정당, 네트워크 정당, 직접민주주의 정당으로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예상된 결과였다. 더민주에선 예비경선을 거쳐 당권 경쟁이 추미애·이종걸·김상곤 3자구도로 좁혀진 직후부터 ‘추미애 대세론’이 확산됐다. 21일 마무리된 시·도당위원장 선거는 대세론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었다. 친문재인 성향의 시·도당 위원장후보들이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무난한 승리를 이어간 것이다.

추 후보의 당선에는 분당 과정에서 만들어진 당내 세력 지형의 급격한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4월 총선 전 비주류 의원과 당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당내 세력균형의 추가 주류 쪽으로 급속히 기운 데다, 문재인 전 대표 사퇴를 전후로 입당한 ‘친문재인’ 성향 온라인 당원들이 대거 권리당원 자격을 얻게되면서 어떤 당내 선거든 치르는족족 주류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최고위원로 선출된 당선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런 상황에서 최재성·백원우·노영민·정청래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원외 인사들의 추미애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은 선거판을 일찌감치 추 후보의 독주구도로 만들었다는 게 당내 다수의 평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추 후보를 따라다니던 ‘반노무현’이란 꼬리표를 제거시켜 줌으로써 주류 쪽 대의원과 당원들의 지지가 추 후보에게 쏠리는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주류 쪽의 한 당직자는 “친문 원외인사들의 조직적 지원이 추 후보에겐 ‘정치적 신원보증서’ 같은 것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추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김부겸·문재인·박원순·손학규·안희정·이재명 등 문 전 대표 외 다른 대선 주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공정한 대선경선, 반드시 중심잡고 지키겠다. 모두 함께 오셔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역사에 남을 경선 만들어내자”라고 호소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 여성 후보로 치열한 경쟁끝에 당선된 양향자 당선자와 유은혜 후보가 포옹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된 압도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후 당 운영과 대선 경선 관리 과정에서 친문 쪽 이해를 반영시키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입문 뒤 추 후보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모습 역시 ‘타협’ 보다 ‘정면 돌파’였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5명의 권역별 최고위원에 이어 당 대표와 부문별 최고위원까지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독식하면서 ‘친문 일색’ 지도부가 구성된 것은 추미애 지도부나 그를 지원한 문재인 전 대표 진영에게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로선 대선 경선에서 큰 상처 없이 당의 후보직을 거머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지만, 어떻게든 경선 흥행을 통해 후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당의 처지에선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친노·친문 세력과 함께 범주류 진영에 묶여있던 옛 김근태계와 86그룹, 친박원순·친안희정 등 비문재인 세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전당대회 때 당대표는 김상곤, 여성위원장은 유은혜 후보를 지지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친문 쪽의 ‘후보 줄세우기’ 논란이 커지면서 적잖은 감정의 골이 파인 상태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주류 내부의 비문재인 세력이 새로운 비주류로 전환될지, 대선 후보 경선 국면까지 느슨한 연대의 틀을 유지할지는 전적으로 추미애 지도부의 선택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당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여성 부문 최고위원 선거에선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원외인사 양향자 후보가 재선의원인 유은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양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47.6%를 얻어 유 후보에 뒤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6.5%를 득표해 판세를 뒤집었다. 친문재인 성향 온라인 당원의 위력을 거듭 확인시킨 셈이다. 청년 부문에선 역시 문 전 대표가 영입했던 초선 의원 김병관 후보가, 노인 부문에서도 친문 성향 송현섭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인사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더민주 신임 최고위원단 구성△당대표 추미애(친문재인)

△최고위원 김영주(서울·제주, 친문재인)

△최고위원 전해철(경기·인천, 친문재인)

△최고위원 심기준(강원·충청, 친문재인)

△최고위원 김춘진(호남, 친문재인)

△최고위원 최인호(영남, 친문재인)

△최고위원 송현섭(노인, 친문재인)

△최고위원 양향자(여성, 친문재인)

△최고위원 김병관(청년, 친문재인)

△원내대표 우상호(비문재인)

이세영 엄지원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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