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힐링 필요한 현대인, 여기로∼" 서귀포 치유의 숲

2016. 8.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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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에 와 닿는 숲'..스마트폰 끄고, 오감 열어 자연에너지 '만끽'
제주 치유의 숲

'몸과 마음에 와 닿는 숲'…스마트폰 끄고, 오감 열어 자연에너지 '만끽'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몸을 릴랙스(이완)하고, 눈을 감고, 새소리를 들어보세요. 오감을 열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세요. 편안한 호흡과 가벼운 동작만으로도 우리 몸에 잠든 부분을 깨울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진행된 치유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양은영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에 따라 숲길을 걸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숲이 주는 청정에너지를 만끽했다.

이번 참가자들은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었다. 여름방학 막바지에 동료 교사들과 추억을 남기고, 개학을 앞두고 '힐링'하기 위해 치유의 숲을 찾았다고 한다. 출발 전 휴대전화와 불필요한 짐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가벼운 몸으로 숲길에 발을 들였다.

길 초입의 '치유샘'에서 가볍게 목을 축인 이들은 본격적인 숲길 탐방에 앞서 양 지도사의 설명에 따라 몸을 이완하기 시작했다. 동료 교사들, 또는 나무를 벗 삼아 스트레칭하며 스트레스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근육을 풀고 비뚤어진 몸의 균형을 잡아가며 숲길을 걸을 준비를 했다.

본격적으로 숲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도 이들은 코스 중간중간 멈춰 숲그늘 아래 곳곳에 펼쳐진 침대나 의자에 편안히 몸을 맡기고 삼림욕을 즐겼다. 코스 곳곳에 조성된 '쉼팡'에서 숨을 고르며 숲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바윗길을 건너고 숲길을 지나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옷이 젖어들 때쯤, '힐링센터'에 도착했다.

힐링센터를 앞두고 참가자 모두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숲길을 걷느라 후끈해진 발을 상쾌한 숲 공기에 꺼내놨다. 맨발로 통나무 위를, 나무 데크 위를 걷다가 마지막에는 졸졸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가벼운 손발 마사지로 피로를 해소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힐링센터 안에서 명상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숲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교사 강민석씨는 "숲길을 걸어보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마지막에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몸이 매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울창한 숲을 걸으며 자연의 품에서 오롯이 '힐링'을 경험하는 숲 체험의 치유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제주에는 이미 이름난 숲길이 여럿 있는데, 서귀포 치유의 숲이 최근 문을 열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쉴 틈없는 삶에 지친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호근동 산1번지 시오름 일대 산림청 국유림 174㏊에 조성돼 지난 6월 개장했다.

해발 320∼760m에 있는 이 지역에는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골고루 분포한다. 평균 수령 60년 이상 된 편백나무와 삼나무숲, 빽빽이 들어선 동백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가멍오멍 숲길, 놀멍 치유숲길, 쉬멍 치유숲길, 하늘바라기 치유숲길, 숨비소리 치유숲길, 오고생이 치유숲길, 엄부랑 치유숲길, 산도록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가베또롱 돌담길 등 제주어로 이름 붙인 다양한 치유숲길도 만들었다. 각 숲길은 0.6∼2.1㎞ 길이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짧게 조성됐다.

숲 입구에서 힐링센터까지 이어지는 가멍오멍(제주어로 가면서 오면서) 숲길(1.9㎞) 입구에는 치유공간으로 '노고록(편안한)숲'과 목을 축일 수 있는 '치유샘'이 조성돼 있다. 코스 곳곳에는 잠시 땀을 식히는 곳이자 마을힐링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인 '쉼팡'이 있다.

가베또롱(가뿐한, 가벼운) 치유숲길(1.2㎞)은 잣성을 옆에 두고 걷는 길로 제주의 옛이야기가 숨어있는 길이다.

벤조롱(산뜻한, 멋진) 치유숲길(0.9㎞)은 계곡 길이 많은 코스이자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는 길로, 초록빛이 몸과 마음에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준다.

해녀가 물질하다가 물 밖으로 나와서 내뱉는 숨소리를 일컫는 숨비소리 치유숲길(0.7㎞)에는 붉가시나무 군락이 있어서 봄에는 숲 바닥에 떨어진 상록수의 낙엽을 볼 수 있고 가을·겨울에는 도토리를 주워 만져볼 수도 있다.

맨발로 숲길 걷기

오고생이(있는 그대로) 치유숲길(0.8㎞)은 예로부터 활용된 돌길이 주는 고즈넉함이 보존된 코스다. 호흡, 나무 안아보기, 숲 향기, 손 마사지 등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오고생이숲'이 조성돼 있다.

쉬멍(쉬면서) 치유숲길(1.0㎞)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 군락이 있으며, 붉가시나무의 도토리도 찾아볼 수 있다.

엄부랑(엄청난, 큰) 치유숲길(0.7㎞)은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가 있어서 숲의 신비로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가족 치유 프로그램 공간인 '엄부랑숲'이 이 코스에 있다.

산도록(시원한) 치유숲길(0.6㎞)은 돌계단과 계곡을 끼고 있으며 음이온이 가득하다. 오감 열기, 숲 속 야외공연, 산림교육 등이 진행되는 치유공간 '산도록숲'이 마련돼 있다.

시오름 등반 초반부인 놀멍(놀면서) 치유숲길(2.1㎞)에는 스트레칭, 맨발 걷기, 피톤치드 샤워를 만끽할 수 있는 놀멍편백숲이 있다.

하늘바라기 치유숲길(1.1㎞)은 푹신하고 완만한 경사로로 낙엽수림과 삼나무, 편백숲의 다양한 경관을 느낄 수 있다. 치유공간인 하늘명상숲에서는 복식호흡과 명상 등을 하면 좋다.

적당한 코스를 선택해 숲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한다면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제대로 '힐링'할 수 있다.

오는 11월까지 주중 1회, 주말 1회 사전예약을 통해 산림치유 프로그램 시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하루 성인 10여명을 대상으로 2시간가량 맨발로 숲길 걷기, 탁족, 명상, 호흡, 스트레칭 등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숲의 기운을 받아 활력을 얻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어른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아이들은 숲 놀이를 경험하는 '가족 산림치유',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직장인 산림치유', 숲에서 맘껏 걷고 자연과 교감하는 '일반인 산림치유' 등이 계획돼 있다.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면 사전예약을 받아 유료로 운영된다.

치유의 숲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나 라디오의 음악은 꺼두고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것이 좋다. 바람을 따라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내는 소리나 새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탁족 체험

땀이 송골송골 배어날 정도로 힘차게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도 좋겠지만, 몸을 이완한 상태로 숲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숲길 곳곳에 조성된 치유공간이나 쉼팡을 이용하며 여유 있게 숲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치유의 숲에 갈 때는 편안한 복장과 운동화 또는 등산화를 갖추는 것이 좋다.

숲 전체가 금연구역이며, 물을 제외한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고 반려동물도 데리고 갈 수 없다. 숙소, 식당, 매점도 없다. 다만 사전예약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지역의 건강한 맛을 담아 만든 '차롱 치유도시락'을 맛볼 수 있다.

양은영 치유의 숲 산림치유지도사는 "풍부한 햇빛, 피톤치드, 바람과 물 등 산림이 가진 치유 인자를 활용해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숲의 향기, 다양한 색깔, 소리 등에 집중해서 걸을 수 있다면 지도사 안내를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힐링'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유의 숲은 승용차로 서귀포 시내에서 15분, 중문관광단지에서 20분, 제주공항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문의: ☎ 064-760-3773∼3777)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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