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고보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인터뷰)

뉴스엔 2016. 8.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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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결

금토드라마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신네가)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번째 사랑’, 영화 ‘그랜드파더’(8월31일 개봉)을 섭렵하고 있다. 여배우 고보결.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한다. 누구더라...하는 순간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 이광수의 사려깊은 만삭 아내 하늘이, 예능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의 울보 막내작가가 어른거린다.

■ 20대 후반에 10대 여고생 역할 척척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랜드파더’에선 17세 보람으로 출연한다. 불우한 한부모 가정환경에서 일탈의 길을 걷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 소식이 전해진다. 장례식장에서 미움의 대상이었던 할아버지 기광(박근형)와 만나게 되고, 이후 헌신적인 보살핌에 점차 마음에 빛과 온기를 채워간다.

‘풍선껌’의 발랄한 여고생 동화와는 결이 다르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캐릭터임에도 썩 잘 어울린다. 단순히 동안 이미지 덕분일까.

“적잖은 나이에 열일곱 역할을 맡는 게 민폐는 아닌가, 우려했는데 박근형 선생님께서 ‘그 나이를 이해하려면 10년은 지나야 가능하다’란 말씀을 해주셨어요. 맞아요. 진짜 열일곱이었다면 몰랐었을 감정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던 듯해요. 보람은 세상과 어른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겨요. 겉으론 툴툴 대고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 찼으나 내면엔 사랑을 갈구하는 결핍 많은 아이죠.”

매력적인 부분이 확실히 손에 잡혔다. 기존의 반항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N포세대의 포기와 체념, 희망의 씨앗을 드러내고 싶었다. 보람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길 갈망했다.

■ 혹독했던 사춘기 반항 '그랜드파더'에 투영
“중고등학생 때부터 포기하고 사는 시대잖아요. 신분제 사회란 이야기를 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사라졌단 말들도 하고요. 아무리 노력해봤자 되지 않는 사회가 보람을 틀에 가둬놓고, 보람은 빠져나갈 생각조차 못하고 체념한 채 살아가는 아이라고 받아들였어요. 그럼에도 질풍노도의 세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는 어른들과 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반항이란 형태로 표출이 되는 거겠죠.”

고보결 역시 혹독한 사춘기를 통과했다.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썩였다”고 자진 납세한다. 여리여리한 인상에 부족함 없이 성장했을 것처럼 보이는 여배우가 소시 적에 정말로 그랬을까.

“친척 동생이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서 자극을 받은 아버지가 중2 무렵 연기학원에 등록을 시켜주셨어요. 연습실에만 틀어박혀 혼자만의 싸움을 벌이느라 암울했고 외로웠죠. 어려운 가정형편에 비싼 학원비를 대주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고요. 그러면서 반항적인 행동에 입 바른 소리를 툭툭 던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밝은 동화보다 제 청소년기와 닮은 보람에게 더 빠져들 수 있었어요.”

■ '신네기' 암유발 악역, '끝두사' 4차원 짝사랑녀 변신
‘신네기’에선 19세 하원(박소담)의 동갑내기 이복자매 최유나로 분해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인터넷 BJ인 그는 끝없이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 덩어리다.

“평생 먹을 법한 욕을 다 먹고 있어요. 첫 악역 도전이었는데 방송 관계자들이 다 의아해 해 오기가 생겼어요.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었으나 귀엽게 하질 않고 악하게 확 갔어요. 현실에서 좀 더 있을 법한 인물로요, 무심코 던지는 돌이 무슨 의미인줄 모른 채 자기 권리인줄 착각하고 던지는 이들이 봤으면 했어요. 회가 거듭할수록 푼수기와 코믹 요소가 많아질 거예요.”

‘끝두사’에선 엉뚱발랄한 시청 계약직 직원 한송이 역을 맡아 강직한 고상식 과장(지진희)를 짝사랑하는 여심을 상큼하게 묘사한다.

“짝사랑을 연애로 착각하며 지내는 귀엽고 4차원 행동을 자주 하는 캐릭터예요. 작가, 감독님께서 ‘요즘 애들이 이렇게 당돌해’를 보여주자고 했어요. 조만간 지진희 선배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아멜리에급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예요.”

■ 김혜자 박근형 '연기거장'들과 연이은 공연
‘디마프’에선 시어머니 역 김혜자, ‘그랜드파더’에선 친할아버지 역 박근형과 공연했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노배우들과의 연이은 작업에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롤 모델은 삶의 지침 같은 것인데 두 분이 제 롤모델이 됐어요. 배우가 어떤 걸 지향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배웠죠. 스타라든가 돈과 명예가 아니라 마냥 연기가 좋아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오신 분들인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연습하시면서 새로운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으세요.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툭툭 건네주는 말씀이 핵 펀치로 다가오고요.”

테레사 수녀님을 연상케 하는 온화한 미소 속에 뭣이 중헌 지를 정확히 캐치해내던 김혜자, 지문에 담긴 그 많은 감정선을 다 짚어가며 연기해내는 나문희, 1종 대형운전면허 취득부터 PT·대역없는 액션투혼을 발휘한 박근형과 함께했던 것만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몇 십년 장인이 만든 음식을 맛보려고 해외 맛집까지 찾아다니는데 50여 년이 넘게 연기해 오신 장인들의 연기를 찾아가서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 깊은 내공을 놓치지 말고 꼭 음미하셨으면 좋겠어요.”

■ 연극무대에서 연기력 다진 '천의 얼굴'
지난해부터 작은 역할들을 전전하며 점점 몸집을 키워오고 있는 고보결은 “다르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는지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속았지?”하면서. 배우 고보결이 아닌 작품 캐릭터로 봐주는 것이므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고 싶다.

저절로 이뤄진 결과는 아니다. 서울예대 연기과 졸업 후 2010년 연극 ‘하녀들’을 시작으로 ‘기막힌 스캔들’ ‘고도’, 어린이 뮤지컬 등 무대에서 기초를 탄탄히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녀들’에선 프레임을 넘나들 때마다 할머니, 소녀, 주책바가지 아줌마 등 캐릭터가 확확 달라졌어요. 그런 신체주의 연극 훈련이 큰 도움이 됐어요. 메소드 연기도 가면 갈수록 캐릭터라이징할 때 신체를 이용한 것들이 필요해지거든요. 지금도 외면과 내면을 자유롭게 운용하는데 주안점을 많이 두고 있어요.”

PS= 동글동글한 눈에 해맑은 인상, 동안이다. 비결을 물었더니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퍼니핑크’란 영화 속 “시계를 차지 말고 지금이란 시간만 가져”란 대사처럼 지금에 집중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제 나이가 몇 살이니 어른스럽게 행동해야지란 의식이 없어요. 너무 철들지 않으려 해요.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싶진 않으니까.”

뉴스엔 객원 에디터=용원중 goolis@slist.kr /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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