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불투명한 미래.. '사춘기' 앓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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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하니까 너무 불안해요….”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며칠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엔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강박감 탓인지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의 사립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3년간 100여곳에 달하는 기업에 입사지원 서류를 내밀었다. 몇차례 최종면접까지 올라간 적도 있지만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김씨는 “기업들마다 전공이나 적성 등 업무 관련 능력을 많이 본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기준을 모르겠다”며 “낙방할 때마다 자존감만 떨어지고 감정기복은 갈수록 심해진다”고 가슴을 쳤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가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최모(27·여)씨도 그중 하나다. 최씨는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오래전에 봐 둔 토익점수의 유효기간까지 만료돼 하루종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난 뭘 했나’라는 자괴감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든다”고 말했다.
26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신입 구직자 2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가 “취업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취업에 성공하면 이러한 사춘기도 끝날까.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사춘기가 기다린다고 경험자들은 전한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3년차 이모(31)씨는 “진짜 출근하기 싫다”는 혼잣말이 습관이 됐다. 업무는 익숙해졌지만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주변에서 “누가 어디로 이직했다더라”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진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013명을 대상으로 ‘직장 사춘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9명(94.4%)이 ‘직장 사춘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 사춘기가 처음 찾아온 시기는 ‘신입직 입사 후 1년 차’라는 답변이 33.2%로 가장 많았다. 4년 내에 사춘기를 겪었다는 답변은 99.1%에 달해 거의 모든 직장인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경쟁에만 지나치게 노출되다 보니 사색과 성찰을 할 시간과 경험이 부족한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과)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취업 교육화, 기업의 성과주의 경영 담론이라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만든 문제”라며 “젊은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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