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진發 물류대란 막자" 정부, 컨틴전시플랜 가동

구경우 기자 2016. 8. 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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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현실화 땐, 수출길 막히는 사상 초유사태, 해수부·KMI·선주협 등 참여, 해외 선박 활용 등 다각 검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해상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운송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100여척의 소속선박들이 억류되는 상황 등이 발생해 수출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진해운 맡았던 운송을 대체하기 위한 2~3개월짜리 비상계획을 이미 마련한 상태”라며 “상황이 최악으로 돌입할 경우 즉시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면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한국선주협회를 비롯해 국내 해운업체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응팀’이 즉시 발족한다. 비상대응팀은 긴급 상황별로 짜인 대응책에 따라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는 국내 업체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이용해 수출할 수 있게 지원한다. 국내 화주들이 다른 해운사와 계약해 운송하기까지 최소 2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대응팀을 운영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비상계획에는 환적물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항을 이용하는 글로벌 해운사에 환적비용을 할인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비상계획은 한진해운의 업계 퇴출에 따른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가까운 중국을 제외하면 최대 시장인 북미로 가는 노선만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화물 데이터 전문 조사기관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수출물량의 56%를 한진해운을 이용해 운송했다. LG케미칼 53.8%, 넥센타이어 24.9%, LG전자는 23.2%의 물량을 한진해운을 통해 수출했다. 우리나라 항구에서 한진해운의 배가 멈춰서는 경우 주요 수출업체들이 물류대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계획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든 계획”이라며 “계획이 실행되기보다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피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물량 1,946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환적물량은 1,011만TEU(52%)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 선박이 환적한 물량만 105만TEU로 전체 환적량의 10.4%를 차지한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적선사들은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과 해운동맹을 만들어 세계 주요 항구로 가는 정기노선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소속 해운사들은 정기노선 운항을 위해 부산항에 들를 때 환적을 하게 된다. 만약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이들 해운사는 부산항 대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 환적할 가능성이 크다. CKYHE가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량은 약 292만TEU에 달한다. KMI의 분석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을 아시아-북미 노선은 7.4%, 아시아-유럽 노선은 4.1%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상실되는 물량은 아시아-북미 노선(108만1,389TEU)과 아시아-유럽 노선(70만3,145TEU)을 합쳐 약 178만4,534TEU에 달한다. 컨테이너 1개를 상하역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11만8,000원 수준이다. 178만TEU의 물동량이 줄면 약 2,100억원의 부가가치가 감소한다. KMI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면 가운임(2,299억원)과 해운산업 축소(4,975억원), 항만산업 축소(1,006억원) 등 연간 8,280억원의 경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주협회도 부산항만 연관산업과 무역업계를 포함해 2,3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져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서 17조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물류대란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해운이 영업손실을 보며 퇴출위기까지 온 주요 원인이 세계 무역 위축으로 물동량에 비해 선박이 많은 공급과잉이기 때문이다. 세계 7위 규모의 선대를 보유한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다른 해운사들이 빠르게 메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6~7위의 수출대국”이라며 “한진해운이 무너진 틈을 타 글로벌 업체들이 우리 기업들의 물량을 받기 위해 서둘러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해운동맹과 연관된 환적물량의 일부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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