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곡식을 볶아 가루로 만든 '미숫가루'
쌀이 지금은 남아돌아 걱정이라지만 수십년 전만 해도 먹기 쉽지 않은 ‘주식’이었습니다. 먹는 입(食口·식구)이 많은 데다 단위면적당 소출이 적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형편이 나은 집은 찹쌀이나 입쌀(멥쌀), 율무, 콩, 깨 등을 찌거나 볶아 가루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미숫가루’이지요. 시골에선 보통 초여름 보리 바심을 하면 꺼칠한 보리로 보릿가루를 만들어 단맛 내는 ‘당원’을 녹인 물에 타서 마시곤 했습니다.
미숫가루는 80년대 말 맞춤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해도 미시가루, 미싯가루, 미수가루, 미숫가루 등으로 불렸습니다. 그때 미숫가루가 표준어가 되었지요.
미숫가루의 옛말은 ‘미시’입니다. 1527년 간행된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 미시라는 말이 나옵니다. 미시가루, 미싯가루라고 했던 이유 같습니다. 그 후 ‘미수’로 변해 설탕물이나 꿀물에 미시를 탄 여름철 음료를 이르는 말이 됐습니다. 한자어 ‘미식’이 미수와 같은 뜻인데 미시, 미수라는 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곱게 간 쌀가루를 물에 타 먹는다는 뜻입니다.
미시(미수)가 쌀 같은 곡식을 볶아 가루로 만든 것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사실 미숫가루는 ‘역전앞’ ‘처가집’(처갓집은 표준어가 됐지만)처럼 겹친 말입니다.
어문팀장 suh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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