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가는 배구협회, 엉뚱한 데 돈 다 쓰고 돈 없다고?
대한민국배구협회(이하 배구협회)가 각종 크고 작은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부실 지원 논란을 시작으로 배구협회는 온 국민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선수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없고 일부 수장들이 밥그릇만 챙기려는 잘못된 행태가 바닥까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16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대표팀 부실 지원 문제가 불거졌다. 통역사가 없어 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직접 통역을 도맡았고, 의료진도 없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공분한 배구팬들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로 회포를 풀어야 했다. 국위선양한 선수들에게 지원이 너무 열악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배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랴부랴 해명했다. AD카드가 부족해 인력을 지원할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대표팀이 귀국한 뒤 25일에는 회식을 준비했다. 서울 강남의 고급 중식당을 예약했다. 그런데 ‘보여주기식 회식’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배구협회의 이미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회의 망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자배구가 2015년부터 3년간 출장금지 조치를 받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에도 참가할 수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난해 이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려다 협회의 예산 부족으로 돌연 취소돼 출장금지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자 배구는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겨뤄볼 기회마저 잃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이유다.
또 다른 논란도 있다. 다음달 열리는 여자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 감독 선임을 두고도 말이 많다. 대표팀 차기 감독을 내정해놓고 무늬뿐인 공개 채용공고를 냈다는 비난이 일었다. 협회는 지원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남자 대표팀 감독은 전임제인데 여전히 여자 대표팀은 대회 때마다 감독이 바뀐다. 명예만 보고 지원하라 해도 모자랄 판에 협회가 논란 투성이니 대표팀 감독을 맡기 싫어하는 게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배구협회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모든 논란의 시발점은 ‘돈’과 연관이 깊다. 2009년 서울 강남 도곡동에 위치한 배구회관 건물을 무리하게 매입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배구발전기금 70억원을 모두 쏟아 부었고, 114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빚지고 건물을 매입했다. 건물 매입을 주도한 이춘표 전 배구협회 부회장은 ‘브로커’ 친형에게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억3200만원을 받아 법정에서 실형을 받았다. 임태희 전 배구협회장이 참석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정식 때는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2억원 중 무려 8000만원을 썼다. 엉뚱한 곳에 돈 쓰느라 선수 지원이 줄어든 셈이다.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볼 수 밖에 없다. 바로 배구협회의 현주소라 여겨지는 대목이다. 예산 낭비를 자초해놓고 이제 와서 재정난을 운운하는 건 우스꽝스런 일이다. 한국 배구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이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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