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업무용차 비용 제한의 한계

2016. 8. 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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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명의로 산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마이바흐같은 초고가 수입차를 자녀들의 등·하교에 사용했다는 재벌가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전해온다. 그래서 '무늬만 업무용차'를 잡기 위해 지난 연말 업무용차의 비용처리를 연 1,000만 원으로 제한한다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올 4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고위 공직자 스캔들에서 밝혀졌듯이 새 개정안은 구멍이 많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수입차 판매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입차시장의 법인차 비중이 35.5%를 기록, 지난해보다 3.5%포인트 낮아졌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법 개정안이 효과를 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을 시행한 4월1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 보면 보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법 시행 이전인 1~3월 법인차 판매는 34.9%였다. 법 시행 후인 4~7월엔 오히려 36.0%로 올랐다.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법인차 비중이 줄긴 했지만 법 시행과는 무관하다는 의미다. 

 해를 거듭하며 법인차 비중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7년 수입차시장에서 법인차 비중은 65.3%에서 2010년 49.8%로 줄었고, 2013년엔 40.0%로 감소했다. 수입차시장에서 중·대형차 도입이 줄고 중·소형차 비중이 확대되면서 개인 소비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인차 비중의 하락은 시장의 자연스런 변화일 뿐 법인세법 개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중 소형차의 경우 개인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수억 원대 고급 브랜드의 경우 여전히 법인차 비중이 85%에 육박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올 1~7월 판매한 34대 중 33대를 법인명의로 계약했다. 벤틀리는 총 169대 중 128대(76.3%), 람보르기니는 11대 중 8대(72.7%),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497대 중 428대(86.1%)가 법인명의다. 


 업무차로 쓸 가능성이 희박하고, 이제는 전액 비용처리도 까다로워진 마당에 계속해서 수억 원대 수입차를 법인명의로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시간 상 문제일 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동일하고, 수억 원의 개인재산 은닉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연간 비용처리 상한액을 1,000만 원으로 규정했지만 연수(年數)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수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용중 중고차로 되팔면 잔존가치와 판매가액의 차액도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즉 비용처리 한도가 없어 고가차도 여전히 전체 비용처리가 가능하단 뜻이다. 또 서류 상 재산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불법재산 신고, 자금세탁, 세금탈루와 같은 편법을 쓸 수 있다. 실제 이번 고위 공직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억 원대의 업무용차는 줄지 않고 계속 편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성실한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 부담만 늘었다. 예전보다 낮은 가격대의 업무용차를 구매했음에도 바쁜 업무중 매번 운행일지를 써야 한다. 주행거리, 이동경로 등 챙겨야 할 정보가 많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 그래서 업무용차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업무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차값의 상한액을 정하면 일선의 수고를 줄이고, '무늬만 업무용차'를 확실히 규제할 수 있어서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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