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미사일 보조날개가 구식 기술?..美도 사용 중

김태훈 기자 입력 2016. 8. 26. 14: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그리드 핀이 장착된 北 무수단

지난 6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쏴 올리고 발사 사진을 공개했을 때 전에 없던 장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수단 하단에 파리채 같은 것이 8개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드 핀(Grid Fin) 또는 격자형 날개, 보조 날개라고 불리는 장치입니다.

당시 군의 미사일 최고 전문가는 기자들에게 무수단의 그리드 핀을 두고 "공기가 있는 구간에서 압력 분포를 고르게 해 미사일을 안정되게 날아가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옛 소련의 기술로 현재는 보기 드물다"며 북한의 그리드 핀을 폄하했습니다. 그 전문가의 발언은 북한이 고립되다 보니 옛 기술까지 붙들고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리드 핀이 장착된 북한 SLBM

그로부터 두 달, 그리드 핀이 또 나왔습니다. 지난 24일 북한이 쏜 SLBM 북극성-1 하단에도 그리드 핀이 붙어 있었습니다. 북극성과 무수단은 옛 소련의 미사일 R-27을 토대로 북한이 제작한, 같은 뿌리의 미사일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그리드 핀도 옛 소련이 사용하다 퇴물이 된 옛 기술일까요?

아닙니다. 옛 소련만이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습게 볼 기술이 아닙니다. 군은 북한의 SLBM 전력화 시점을 늦춰 잡았을 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기술도 가벼이 봤습니다. 적을 모르니(또는 모르는 척 하니) 내 형편은 제자리걸음입니다.

● 그리드 핀, 미국에도 있고 러시아에도 있다

그리드 핀 장착된 미국 스페이스 X

미국의 유명 우주 발사체 스페이스-X 동체를 보면 미국 성조기 옆으로 묘한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마치 건물 출입구 앞에 신발에 묻은 흙을 털라고 깔아 놓는 그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리드 핀입니다. 무수단과 북극성-1 하단에 있는 그리드 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같은 장치입니다.

미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SS 20

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 러시아의 SS-20 중거리 미사일에도 그리드 핀이 달려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1층 라운지에 커다랗게 전시된 미사일이어서 방문객들 상당수가 두루 봤을 '흔한' 장치입니다.

SS-20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SS-25에도 그리드 핀은 있습니다. 그리드 핀은 옛 소련이 버린 것을 북한이 주어다 쓰는 그런 허접한 기술이 아닙니다.

● 왜 북한 무기체계 폄하하나

"사드(THAAD)로 중거리 무수단과 SLBM 북극성-1도 잡을 수 있다" "북한 SLBM 전력화는 3~4년 후의 일이다" 우리 군 대표들의 발언입니다. 하지만 사드는 무수단과 북극성-1을 못 잡습니다. 북극성-1의 전력화는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순수 독자 기술로 우주 발사체도 못 날리면서 북한의 그리드 핀을 조롱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능력을 부풀리고 북한의 실력을 저평가하면 당장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덜 수는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북한의 잠대지, 지대지 미사일을 막을 길은 멀어집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